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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왕국 日' 뒤엔 '안전보다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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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왕국 日' 뒤엔 '안전보다 수익'

입력
2005.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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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마가사키(尼崎)시 전철 탈선·충돌 참사의 희생자는 27일 사망 92명 부상 458명으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매일 6,000만 명의 승객을 목적지로 차질 없이 수송하는 경제대국의 중추신경망’이라고 자부해온 철도왕국의 실상도 백일하에 드러났다. 치밀한 운행을 자랑했지만 승객의 안전은 도외시 됐고, 첨단기기는 일부 신칸센 노선에 국한됐을 뿐 상당수 시설은 낡은 것이었다.

구조당국은 맨션 1층 주차장에 처박힌 제1차량에 10여명 희생자가 남아 있다고 밝혀 사망자는 100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 목숨을 건 정시 운행 = 사고 전철을 운행하고 있는 JR서일본의 가장 중요한 운영 방침은 ‘운행시각 준수’로 알려졌다. 언뜻 보면 승객을 위한 서비스 강화책 같지만 사실은 엄청난 경쟁 속에서 승객을 쟁탈하려는 경영방침이다. 지각운행으로 만 명 단위의 승객을 놓칠 수 있다고 판단하는 회사측은 운행시각을 어겼을 경우 운전자에게 가혹할 정도로 무거운 조치를 내리고 있다.

JR서일본은 현재 전차의 도착-발착 시간을 15초로 정해 이를 초과할 경우 1초 단위로 보고토록 하고 있다. 또 지체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적당히 ‘회복운전’을 할 것도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긴 운전자는 엄격한 사내 교육을 받고 "또 어기면 사직한다"는 각서를 제출한다. 2001년 9월에는 운행시간 50초 지체로 3일간 사내교육을 받은 44세의 운전사가 교육 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정도로 운전자에게 부담을 준다.

◆ 과속 왕국 = 열차 운전자들은 자연스럽게 과속 운전을 일상화하고 있다. 이번 사고 열차도 ‘회복운전’을 하기 위해 곡선 제한 속도인 시속 70㎞를 30㎞나 초과한 속도로 달리다 탈선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일상화돼 있다는 점이다. 27일에는 지난 3월 11명의 사상자를 낸 고치(高知) 특급열차의 충돌사고도 평상속도를 40km나 초과한 시속 123km로 달렸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 노후한 시설 = 일본 수사당국은 사고 현장에 과속운행에 대응하는 자동열차정지장치(STA-P형)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첨단 기술로 상징되는 일본 철도의 위상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일이다. JR서일본은 시설투자를 태만히 해 전노선(5,078㎞) 중 6% (337㎞) 정도만 STA-P형을 설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탈선 열차가 충돌한 맨션이 철도로부터 불과 6m 떨어져 있는데도 충돌 방지 장치 하나 설치돼 있지 않는 등 일본 철도 전반에 퍼져 있는 안전불감증이 이번 사고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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