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에 참가한 연인원 32만명의 참전용사들은 30여년 동안 전우회를 통해 전사한 동료들과 사망한 현지인들을 추모하거나 지역 발전 등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들은 고엽제 피해 등 전쟁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서로를 도우며 때론 힘든 세월을 견뎌왔지만 ‘독재정권의 하수인’ ‘용병’이라는 시선을 접할 때마다 고통을 되씹고 있다.
2004년 12월 현재 생존해 있는 참전자 20만 4,000여명 대부분은 베트남참전유공전우회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전우회는 군사정권 시절 이들이 모임을 만드는 것을 정권 차원에서 금지해 친목단체로 출발한 때문에 지역별로 흩어져 있다. 전국 기초단체마다 빼놓지 않고 모두 230여개의 전우회가 있다.
회원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원 4,200명의 울산지회는 23일 ‘정기총회 및 독도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1,500여명의 회원 및 가족과 군악대, 의장대 등이 참가했고 거리 퍼레이드도 펼쳤다. 경주지회는 2일부터 8일까지 ‘안보사진 전시회 및 베트남전 40주년 행사’를 열었다.
월남참전유공전우총연합회는 지난해 6월 호찌민에서 한국군 전사자와 베트남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를 가졌다. 전우회장 등 한국에서 간 20여명과 현지 스님과 주민 50여명이 시내에 있는 영험사라는 절에서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이용웅 기획관리국장은 "올해도 위령제를 계획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매년 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들은 참전자들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엽제로 인해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만 8만 4,320명에 달하고 피해 규모가 전해 파악되지 않은 정신질환까지 고려한다면 생존자 20여만명 가운데 상당수가 전쟁 후유증을 앓고 있지만 보훈처의 지원은 미미한 형편이다.
그러나 이들이 가장 마음 아파하는 것은 최근 일부에서 참전자들을 ‘미국의 용병’ ‘독재정권의 하수인’ ‘양민학살자’ 등으로 격하하는 것이다. 황명철 월남참전유공전우총연합회 회장은 "참전자들은 단지 나라를 위한다는 애국심 하나로 혈혈단신 전장에 뛰어들었고 그 후유증으로 30여년 동안 마땅한 보상없이 고통을 받아왔다"며 "돈을 위해 또는 정권을 위해 베트남으로 갔다는 등 참전을 폄훼하는 말들에 참전자들이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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