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찰과 국토교통성은 25일 효고현(兵庫縣) 아마가사키(尼崎)시에서 발생했던 쾌속 통근 전철 탈선·충돌 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6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사고 전철의 기관사는 사고 현장의 전 역인 이타미(伊丹)에서 있었던 정차실수에 대해 선임자에게 축소 보고를 부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타미역에서 40m나 지나서 정차한 기관사는 "초과 거리를 좀 줄여달라"고 부탁했고, 선임자가 "8m 초과"로 상부에 거짓 보고를 해주었다는 것이다.
기관사는 지체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정상 속도 이상으로 달렸고, 이로 인해 탈선·충돌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기관사는 아직 시신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숨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은 사고 기관사가 이타미역에서부터 속도를 높인 것은 JR서일본사가 운행시각표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치열한 승객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 회사는 전차의 도착-발착 시간을 15초로 정해 이를 초과할 경우 적당하게 ‘회복운전’을 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운행시각을 어길 경우 징계를 내리는 등 기관사에게 시간 준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사고 기관사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론들은 지적했다. 3년 전에는 운행시각을 지키지 못한 철도 기관사가 자살했을 정도로 일본 철도회사의 시간준수 규정은 유명하다.
그러나 사고 원인과 관련, 일본의 철도 전문가들은 "과속만으로는 이 같은 탈선·충돌 사고를 낼 수 없다"며 "기관사 과실론에 대해 좀더 신중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량 자체의 이상 여부, 바람 세기, 사고 당시 열차 내부의 상황 등에 대해서도 정밀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수사당국은 이타미역을 출발해 사고현장에 이르기까지 걸린 ‘2분간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JR서일본사가 사고 현장의 철로 위에 운전 방해로 볼 수 있는 돌이 놓여져 있었다고 발표한 바 있어 이 점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다.
한편 26일 현재 이번 참사의 희생자는 사망 76명, 부상 456명으로 늘어났다. 이날 철로 인근의 9층 맨션에 충돌한 제1차량에서 3명의 생존자가 구출됐지만 나머지 10여명은 모두 숨진 것으로 보여 사망자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 재일동포 1명 사망·1명 부상
일본 아마가사키 전철 탈선·충돌 사고로 이타미시에 거주하는 재일동포 전칠영(35·여)씨가 숨지고, 양창원(50)씨가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고 주 오사카 한국총영사관이 26일 밝혔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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