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향기에 취해 나선 봄나들이
1960년대에는 라디오를 즐겨들었다. 그 시절 인기프로그램으로 ‘재치문답’이 있었다. 사람들은 라디오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볼륨을 높였다. 아나운서가 화두를 띄운다. "오늘은 주제를 ‘봄’으로 하겠습니다. 봄!" 마땅한 놀이라든지, 놀이기구에 대한 개념이 희박할 때이다. 모이면 입담으로 풀어나가는 만담을 즐겼다. 만약 내가 지금 재치문답을 한다면 그러지 않을까! "봄은 돌고 돌아가는 것이다."라고.
어제가 오늘에 이어지고, 오늘이 내일이 되며. 내일은 또 어제가 된다. 어둡고 신산하던 화단 구석에 하얀 꽃이 어른거린다. 메마른 채로 힘겨운 한 계절을 버텼다. 빈 나뭇가지는 찬바람이 주춤한 틈에 땅 속 깊이 촉수를 더듬었다. 맑은 물길을 찾았다. 물관이 뻐근하도록 물을 빨아올려 맺힌 꽃눈을 부풀리더니, 드디어 환한 기운이 감도는 아침에 목련이 곱게 속살을 내밀었다. 흰 눈이 내렸던 자리를 매화와 벚꽃이 소담하게 메웠다.
봄은 낯가림 심한 처녀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아니다. 때가 무르익자 자고 일어나면 세상은 한 뼘씩 자랐다. 화단 계수나무에 이슬 방울 같은 잎이 자잘하게 달리더니 나날이 커져 금방 동전만해 졌다. 누가 이르는 것도 아니고 가르치는 것도 아니다. 저절로 때를 알아 세상에서 제 역할에 충실한 그 당당함이 부럽기까지 하다.
일찍 핀 꽃들은 남모르게 몸살을 앓았다. 우리는 꽃으로 인해 환호성을 지르다가 또 꽃으로 인해 탄식을 내쏟는다. 바람 한 번에 천지간에 꽃들이 널린다. 그게 시작이다. 알록달록한 꽃들의 습격에 우리는 토끼눈을 뜬다.
회사 바로 옆이 윤중로라 꽃구경이 대수랴! 저녁에 여의도로 나왔다. 사람에 치이고 차에 치여 돌아오는 길은 바람이 의외로 세다. 식당에 들어갔지만 제 정신이 아니다. 눈이 매워서, 흙바람에 시달려서 제대로 꽃 구경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몰골을 보고 있자니 실소만 난다. 낄낄거리면서 누구라 할 것 없이 말한다. "하는 대로만 하고 살아야지. 새삼스레 무슨 꽃 구경을 나선다고."
꽃들은 저희들끼리 와글거린다. "봄이야말로 진정 계절의 여왕답지 않아?" "아냐, 봄은 정말 ‘미친 짓거리’만 하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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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는 대화로 풀어야
며칠 전 아침 집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머리띠를 하고 밥을 먹으라는 아내의 요구에 큰딸이 말을 듣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되었다. 아내는 성격이 깔끔한 편이라 한번 시켜서 바로 말을 듣지 않으면 화를 내는 타입이다. 반대로 딸은 한번 이야기해서는 잘 듣지 않기 때문에 두 사람은 부딪히는 편이다. 엄마와 딸들의 일상사다. 그래도 아침부터 학교 가는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은 좋지 않다며 나도 화를 내고 출근하고 말았다.
얼마 전에 틱닛한 스님이 쓴 ‘화’라는 책을 읽었다. 살아가면서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다. 나도 밖으로 자주 표출하지 않지만 내면에 화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 같다. 화를 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욕구대로 세상만사가 움직여지지 않을 때 화가 많이 날 것이다. 사소한 심부름부터 회사의 지시사항, 사회 규범이나 법질서 등이 지켜지지 않을 때 화가 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지 않을 때, 자신의 말을 신뢰하지 않을 때, 자식이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회사에서 후배들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 화가 날 것이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화를 많이 품고 살아왔다. 화를 품으면 얼굴이 일그러진다. 목소리에 짜증이 섞인다. 그러면 주위 사람들이 불안해진다. 결코 화가 좋은 것이 아니란 것을 잘 알지만, 마음먹은 대로 다스릴 수 없는 것이 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 들어 부서의 책임을 맡으면서 화를 더 많이 내었다. 아마 스트레스가 화로 표출된 것 같다.
화를 밖으로 표출하거나 안으로 품고 있거나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화가 나면 화를 달래거나, 대화로 풀어야 할 것이다. 혼자 상상하지 말고 솔직한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요즘은 회사에서 화를 많이 자제하고 있다. 동료들과 푸근하게 지내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화를 자제한다는 것이 많이 힘들다. 수양이 많이 부족한 모양이다. 화에 대해서 좀더 부드러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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