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동네로 길을 떠나게 되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우리 동네엔 없고 그 동네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풍광들이다. 육지 사람들이 제주도에 처음 갔을 때 그곳에 펼쳐져 있는 유채밭과 감귤밭과 또 그 밭을 둘러싸고 있는 현무암 돌담을 보고 마냥 신기해 한다.
그러다 한 이틀 지나면 조금씩 ‘우리 동네엔 있고 그 동네엔 없는 것’들의 빈자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무리 돌아다녀도 논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없는 게 아니다. 논이 있는 곳으로 관광버스가 지나가지 않는 것뿐이다. 바로 그런 식이었을까. 며칠 전 ‘한국문학 순회 낭독회’ 프로그램에 따라 열흘쯤 독일에 다녀왔다. 그곳의 오래된 도시마다의 오래된 성당들은 보고 또 보았는데, 매일 몇 시간씩 자동차로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이동하면서도, 그래서 그 끝없는 평원을 처음엔 신기하게, 그러다 나중엔 무덤덤하면서도 지겹게 바라보면서도 끝내 나는 그곳에서 우리에게는 참으로 많고도 많은 비닐하우스를 보지 못했다.
제주도의 논처럼 내가 간 곳만 그런지, 아니면 원래 비닐하우스 농사를 하지 않는지. 누군가 알려주십시오. 농사꾼의 아들이었으며, 나 또한 한때 농사꾼으로 그것만 내내 궁금했답니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