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업무가 기업의 비용절감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요소로 떠오르면서 구매 담당자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구매관련 교육 시스템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 만났던 한 대기업 구매담당자는 왜 그런 방식으로 일하는 것인지 모르고 수년간 일해왔는데, 교육을 받고 나서야 원리를 알았다는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상사로부터 비공식적으로 노하우를 전수받아 하루하루 일해오기는 했으나 원리를 몰랐기 때문에 더 나은 대안을 스스로 찾기가 힘들었다는 설명이었다.
공급망 관리과정에서 구매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특히 한국의 전형적인 제조업체들은 필요한 협력업체의 수가 매우 많고 관계가 매우 복잡하여, 잘못하면 원만한 공급망 관리가 어려워진다. 또한 한국제조업체의 경우 외국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구매가 차지하는 원가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미국은 제조업체가 사용하는 비용의 50~55%가 구매부문에서 이뤄지는 반면 한국은 이 비율이 60~70%에 이른다. 한국기업의 경우 가치최대화 과정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구매 부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공급망 관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국내의 구매관리 부분이 여러 가지 면에서 취약하다. 경영학 분야에서 구매관리에 대한 교육이나 연구가 매우 부족하며, 현재도 구매관리 과목이나 전공을 정식으로 제공하는 학교가 거의 없다. 1970년대 이미 미국에서는 구매관리 전공분야가 있었고 관련 논문을 쓰도록 지원해 주는 기관이 있었다.
지금도 젊은 인재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이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근래 포스코, CJ, KT 등 선진 기업이 구매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산업정책연구원의 국제구매전문가(CPM) 과정 등 전문교육에 참가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내에도 이미 CPM 자격증 소지자가 600명 이상 활동하고 있고 이 교육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국 기업이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가치창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구매관리 능력의 향상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은 경영학계에 구매관리 교육을 시작할 것을 강력히 요청해야 하고, 기타 교육기관을 이용한 구매담당 임직원의 지속적 교육에도 끊임없는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한찬기 미국 보울링그린주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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