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사진) 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부시 행정부가 1기 4년 동안 적극적인 협상 없이 시간만 끈 결과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무기 개발을 발전시켜 사태가 더욱 악화했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재단 창립 50주년 기념강연에서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받아들이겠다고 하는 만큼 미국도 유연한 태도로 북한에 반대급부를 보장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핵 해결방안에 대해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검증을 받아야 하며 미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며 "양측은 카드를 동시에 주고 받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제재를 해제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6자회담 참여국들이 북한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 역시 최근 미 강경파들의 잇따른 대북 제재론 제기에 대한 반대로, 먼저 미국이 대북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관계 유지를 강조하면서도 미국이 좀더 유연한 대북협상자세를 가져야 하며 대북정책에 있어 한국 정부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은 할 말이 있으면 6자회담에 나와 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