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 이후 종합주가지수가 950선을 중심으로 지리한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답답함과는 달리 우리나라 증시의 체질이 급속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팔아 치운 주식을 적립식 펀드로 유입된 국내 자금이 성공적으로 인수하면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05년이 대한민국 증시의 독립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나증권 김진호 연구원은 26일 "외국인 매매가 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와 주가지수 상관관계가 지난해 2월 0.66에서 올 3월29일 마이너스 0.3으로 떨어졌으며, 25일 상관관계도 마이너스 0.179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2월의 경우 외국인이 순매수 강도를 100% 늘리면 주가가 66% 올랐으나, 올해 3월에는 외국인이 순매수 강도를 100% 늘려도 주가가 30% 떨어졌다"고 말했다. 요컨대 지난해에는 외국인이 사면 주가가 오르고 팔면 내렸으나, 올 들어서는 외국인이 팔면 주가가 오르고 사들이면 /주가가 내리는 상황으로 바뀐 셈이다.
외국인의 약화한 영향력은 외국인 보유지분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에서도 알 수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4월26일 44.14%에 달하던 외국인 투자비율이 지난해 10월 이후 추세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26일 현재 41.75%에 머물고 있다.
반면 올들어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꾸준히 유입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산운용협회 집계 결과 지난해 말 186조9,900억원이던 펀드 수탁액이 25일에는 196조8,210억원으로 10조원 가량 늘었다.
펀드 수탁액이 200조원에 육박한 것은 ‘바이 코리아’ 열풍이 불었던 199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올들어 월평균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적립식 펀드로 유입되고 있으며, 주가가 박스권에 갇힌 이달에도 4,600억원 이상이 유입됐다"면서 "25일 환율 하락에도 불구, 주가가 강세를 보인 것도 월급 통장에서 적립식 펀드로 신규 유입된 자금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 여력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나증권 김진호 연구원은 "올들어 국내 증시는 적립식 펀드의 등장으로 과거에 비해 수급이나 체질 측면에서 크게 개선됐다"며 "당분간 외국인의 매매행태가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의 상황변화는 우리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증시 주도권이 기관투자자에게로 넘어가고 있는 만큼, 종목 선택도 외국인보다는 기관 선호주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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