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 사건 이후에 오히려 선수들이 한 맘으로 뭉쳐 좋은 게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어느 팀하고 붙어도 호락호락 지진 않을 걸요." (LG화재 이경수)
"올 해 플레이오프는 영 찜찜하네요. 지난해도 우리가 1위해서 4위 LG화재와 만났는데 이번에는 (1위현대캐피탈은 놔두고) 2, 3위만 뛴다고 생각하니…"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지난시즌까지 배구 겨울리그 8연패의 삼성화재. 항상 시즌 막판이면 우승을 확정짓고 승자로서의 여유를 만끽하는데 익숙해져 있지만 올해는 체면을 구겼다. 28일부터 3위 LG화재와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위한 3전2선승제의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삼성화재와 맞붙는 경기는 싱거운 게임이 될 것이라고 지레 단정하기 십상. 삼성화재가 이길 것이, 그것도 3-0으로 경기가 끝날 것이 뻔해서다. 하지만 프로배구의 닻을 올린 올해부터는 변화가 보인다. 23일 현대캐피탈과의 시즌 마지막 대결에서 피를 말리는 접전 끝에 아깝게 2-3으로 패한 LG화재의 상승세가 기대돼서다.
자칫 LG화재가 승리했더라면 우승컵을 현대캐피탈이 아닌 삼성화재가 어부리지로 가져갈 뻔했던 이 날 경기에서 LG화재 선수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투혼을 보여줬다. 초대형 거포 이경수의 스파이크는 건재했고 고참 김성채의 지원사격, 노장 구준회, 새내기 하현용의 속공공격도 호흡을 잘 맞췄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이 "최근 감독의 선수 구타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LG화재 선수들이 ‘마치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더 나은 플레이를 펼쳐 크게 당황했다"고 한 숨을 돌렸을 정도다.
올 시즌 4번 맞붙어 모두 다 이긴 삼성화재는 객관적인 전력면에서 유리하다. 야생마 신진식, 얼짱 이형두의 왼쪽, 월드스타 김세진, 장병철의 라이트 공격이 건재하고 큰 경기에 강했다는 관록이 여전히 살아 있다.
이에 맞서는 신영철 감독은 "올 시즌 2-3으로 아깝게 물러선 적도 한 번 있고 2경기에서 한 세트 이상 뺏어냈을 만큼 기본 실력은 탄탄하다"며 "승부처 마다 위기를 넘겨내는 냉정함만 유지한다면 예상 밖 승리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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