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로 세계 1위를 하겠다고 했을 때 모든 이들이 비웃었습니다. 하지만 영안모자는 29년째 세계 1위입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고객 만족에 최선을 다하면 어느 분야에서든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
26일 경기 부천시 오정동 대우버스 상설 전시장. 영안모자 백성학(65) 회장은 "2010년 2만2,000대의 버스를 생산, 매출액 10억 달러로 세계 1위의 버스 제조회사가 되겠다"는 자신의 선언에 기자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이런 말로 자신감을 나타냈다.
1959년 영안모자를 창립, 세계 모자 시장의 35%를 차지하는 1등 기업으로 키워낸 백 회장은 2003년 부도가 난 대우버스를 인수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대우버스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대우버스 직원들은 백 회장의 비전이 실현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백 회장은 1만대 수준인 연간 생산량을 5년내 2배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 국내외 공장 5개를 새로 인수하거나 건설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백 회장은 대우버스를 인수한 뒤 두 가지 지시로 회사 분위기를 확 바꾸어놓았다. "버스는 대중의 발이라는 사실을 유념해 이를 특성화하라"는 게 첫번째 지시였다. 백 회장은 "처음 회사에 와보니 최고급 사양의 버스들만 즐비했다"며 "이용객의 99%가 서민 대중인 일반 시내버스의 수준을 높이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날 신차 발표회를 가진 한국형 저상 버스 ‘BC211M’ 모델도 이 같은 백 회장의 주문에서 출발해 탄생한 버스다. 기존 버스의 바닥 높이가 930㎜인 데 비해 이 버스는 610㎜로, 계단이 1개 밖에 없다. 그만큼 타고 내리기가 쉽다. 창문도 945㎜에서 1,230㎜로 커졌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리프트를 통해 쉽게 승하차를 할 수 있다. 실내에서는 실시간 위성방송을 볼 수 있다. 이미 중국 상하이로 300대가 수출됐고, 대만 쿠웨이트 등지에서도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백 회장의 두번째 지시는 "해외로 나가라"는 것. 백 회장은 "60억 세계 인구를 놔두고 왜 국내만 보느냐. 미치면 못할 게 없다. 단 한 대의 주문도 소중히 여겨 세계 시장을 개척하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백 회장은 직원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인간적인 면모로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영안모자와 대우버스 외에도 미국의 지게차 생산업체인 클라크, 호명목장, 산장호텔, 알커뮤니케이션, 다보텔 등 식품, 관광, 정보기술(IT) 부문 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그룹 회장이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규모다. 그러나 그는 작업복을 입고 일반 사원들과 함께 구내 식당에서 함께 식사한다. 그는 "회장과 사원이 따로 있느냐"며 "여기(공장) 들어오면 우린 모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일 뿐이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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