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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찾사’의 귀염둥이 김신영/ "진짜 개그는 이제부터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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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찾사’의 귀염둥이 김신영/ "진짜 개그는 이제부터데이"

입력
2005.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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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님아, 돼지 돼지하지 마라. 내 친척이데이."

요즘 지상파 3사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중 가장 잘 나간다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핵심 코너인 ‘행님아’. 형님 김태현이 김신영(23)의 턱을 어르자 동생의 얼굴에는 행복부터 좌절까지 갖가지 감정이 한 가득 퍼진다. 그러다 이내 행님한테 꿀밤 한 대를 쥐어 맞고 꺼이꺼이 우는 그녀의 천연덕스러운 ‘귀여움’은 ‘화상고’ 스타일의 코미디는 도저히 독해가 불가능하다는 중장년층까지도 웃기고 만다.

"호동 오빠의 ‘소나기’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좀 눈물도 있고, 아련한 추억도 있는 코너로 만들려고 했어요. 근데 무려 3주 동안 녹화하고도 방송 안 나갔어요." 여자가 남장을 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성공한 적이 없다는 징크스 탓이었다. "게다가 ‘그게 강호동 흉내밖에 더 되겠냐’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그때 ‘호동 오빠보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뭔가를 보여주겠다’고 작심했죠." 그녀의 이런 바람은 현실이 됐다. "요즘은 호동 오빠가 방송보고 전화해서 말투며 손동작까지 일일이 지적해줘요."

그런 김신영에게 KBS 2TV ‘개그콘서트’의 ‘무거운’ 신인 출산드라 김현숙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현숙이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라이벌은 김신영이라고 지목한 것. "기분 좋죠. 내가 알려지긴 알려졌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그래 그렇다면 앞으로는 경쟁하지 못할 만큼의 위치에 서겠다’고도 느꼈으니까 정말 좋은 자극제가 된 거 같아요." 그러면서도 김신영은 "개콘의 ‘출산드라’ 코너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뚱뚱교주의 기(氣)가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것 같다"며 김현숙을 치켜세운다.

지금은 ‘SBS를 대표하는 여자 코미디언’으로 꼽힐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올챙이적 시절은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김미화, 서세원의 ‘허니와 꿀물’ 코너를 보며 "개그맨이 내 갈 길이라고 확신했다"는 그녀는 중·고등학교 거치며 오락부장을 독차지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다른 학교 축제에 참석한 코미디언 박경림을 보기 위해 무대로 뛰쳐나갔다가 "너는 꼭 코미디언이 될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는 완강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반 강제로 간호학원에 끌려갔다 하루 만에 뛰쳐나온 뒤 고생문이 열렸다. "월드컵 때 생수랑 아이스크림 야광봉 팔고 나중에는 공사장에서 벽돌 날라가며 800만원을 모아 지금 다니는 예원예대 코미디학과에 진학했죠."

그 뒤 "대학교 1학년 때 중간고사 보듯 응시한 KBS 코미디언 공채에서 3초 만에 떨어진" 그녀는 친구 손에 끌려 따라간 2003년 SBS 개그콘서트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윤택 김형인 정만호 김기욱 등과 같이 SBS 공채 개그맨 7기로 ‘웃찾사’에 데뷔한 그녀는 처음부터 단골 조연을 도맡았다. "못생긴 역할을 몽땅 한 사람이 저에요. 뚱뚱한 역할이면 건달이건 여자건 당연히 제가 했어요. ‘파리의 연인’ 김정은이나 가수 보아 같이 거꾸로 예쁜 여자랑 대비시키는 역할도 다 저한테 떨어졌어요."

그래도 불만 같은 건 없었다. "뚱뚱한 역할 하면 저를 찾게 돼 있어요. 완전 틈새 시장이에요. 뭐, 그것에 만족해요." 더 나아가 못생긴 사람과 뚱보에 대한 옹호론도 편다. "처음에 동기인 만사마 만호 오빠 봤을 때 ‘어떻게 저런 사람이 개그맨 하냐’ 그랬고 옥동자 정종철 오빠 보고도 ‘와’ 소리 밖에 안 나왔거든요. 근데 자꾸 보니까 귀여워요. 저도 한 30년 걸리면 좀 예뻐보이지 않을까요?"

"살이 찐 뒤 외모를 포기해 오히려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워졌다"는 그녀의 고민은 딴 데 있다. "리마리오 오빠는 방송 안 나온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벌써 잊혀졌는데 맹구나 영구는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어요. 너무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코미디보다 사이 사이에 눈물이나 풍자, 감동이 있는, 그런 개그를 꼭 해보고 싶어요."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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