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최종 타결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분담금 삭감에 대한 주한미군의 반발을 낳았지만 한국측 사정에 따라 분담금이 감액될 수도 있다는 선례를 만드는 등의 몇 가지 성과를 낳았다. 한미동맹이 재조정되는 미묘한 시기에 진행된 이번 협상의 가장 큰 특징은 분담금이 사실상 처음으로 감액됐다는 점이다.
한국이 분담금을 지불하기 시작한 1991년 이래 매년 평균 16% 인상돼온 분담금이 이번에 전년 대비 8.9% 감액된 6,804억원으로 결정된 것은 용산기지 이전 비용, 이라크 파병 비용 등으로 어깨가 무거워진 한국측의 사정을 미국이 양해한 결과다. 주한 미군 규모가 줄어 마땅히 분담금도 감액돼야 한다는 한국인들의 정서도 미국을 압박했다. 당국자들은 이번 협상으로 2년간 4,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분담금이 달러와 원화로 지급되던 1999년 당시 분담금이 줄어든 적이 있었지만 이는 우리 원화가치가 급상승했기 때문에 생긴 예외적 상황이었다.
또 다른 특징은 통상 3년 단위로 갱신하던 분담금 협상을 2년 단위로 조정한 것이다. 한국측은 주한미군 재배치와 구조개편에 발맞춰 분담금 문제를 신축적으로 다룰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주한미군이 추가로 감소되거나 안보상황이 변화할 경우 추가 감액을 택할 수 밖에 없다는 시사이다.
분담금을 원화기준으로 책정하고 원화로 지불키로 합의한 점도 의미가 있다. 우리 국고에서 나와 주한미군 군속 인건비등 한국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쓰이는 분담금은 달러화로 지급할 이유가 별로 없었는데도 한국측은 원화와 달러 두개 화폐로 분담금을 내왔다. 원화 지불 방식으로 앞으로 환율 변동으로 발생하는 불확실성은 사라지게 됐다. 아울러 미국측이 한국에 부담을 전가하려던 C4I(통신 정보) 항목 부담을 우리측이 거부한 것도 나름의 성과이다.
하지만 이번 협상은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재확인하는 계기였다. 우리측은 ‘할말은 한다’는 기조로 감액 입장을 강하게 고수했고, 미측은 미의회가 권고하는 주둔국의 방위비 분담율이 75%인데 한국 정부의 분담율은 42%에 불과하다는 점, 연합방위 전력 유지 필요성 등을 역설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분담금 축소가 사실상 결정된 직후인 이 달 1일 찰스 캠벨 미 8군 사령관은 한국인 근로자 1,0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측간 갈등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앙금을 남긴 협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협상을 담당한 김숙 외교부 북미국장은 "연합방위력 증강이라는 목표 하에서 현실에 맞는 공정한 수준에서 협상이 진행됐고 결국 한미 양측이 윈윈(win-win)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방위비 분담 협상과 맞물려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 내 미국측 전쟁 예비물자 구매 문제에서 한국측이 미국을 향해 강한 목소리를 낼 지도 주목된다. 분담금에서의 성과를 구매 협상에서 까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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