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이건 외교건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는데 인기는 좋네!"
26일로 집권 4년을 맞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에 대한 비판자들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지난 4년간 고이즈미 총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면 이 푸념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일본 정계에서 소수파였던 그가 2001년 4월 일약 총리로 등극하며 내지른 일성은 "자민당을 두들겨 부수겠다"는 것이었다. 낡은 자민당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와 개혁으로 침체된 일본을 되살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는 이권의 집산지라고 불리던 도로공사를 민영화하고, 연금개혁을 단행했으며, 지방분권과 우정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득권층과 타협함으로써 일련의 개혁들은 이름만 거창할 뿐 알맹이가 없다는 평가도 받았다.
외교에서는 더욱 낮은 점수를 받았다. A급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행해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샀다. 상호협력과 우호관계가 점점 절실하게 요구되는 동북아 지역에서 외교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결국 한국과 중국에서 최악의 반일 감정이 폭발했으며, 염원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입도 어렵게 됐다. 승부카드로 사용했던 전격적인 북한 방문도 ‘일본인 납치 역풍’으로 빛이 바랬다.
그래도 일본 국민은 고이즈미 총리를 따뜻하게 감싸안는 모습을 보여 비판자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것이다. 지난 24일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자민당 후보가 모두 승리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일본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고이즈미 총리의 4년 업적을 ‘평가한다’는 의견이 59%(요미우리), 고이즈미 총리가 ‘총리를 계속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63%(아사히)나 나왔다.
이 같은 현상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정말로 일본 국민이 고이즈미 총리의 업적을 평가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비판자들이 아무리 변질된 개혁이라고 욕하더라도 일본의 정치관행상 그 정도면 훌륭한 업적이라고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면 일본 국민이 고이즈미 총리의 업적보다는 특유의 정치 스타일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선명한 개혁 기치 아래서 자신의 주장을 고집스럽게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은 지금까지 일본 정치인에게는 보기 힘든 리더십이다.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는 일본의 국민 심리가 깔려있다는 얘기다.
분명한 것은 그의 집권 4년 동안 일본이 많이 변했다는 점이다. 고질적인 파벌정치가 힘을 잃었고, 민간인과 여성을 중용해 사회에 활기가 생겼으며, 일련의 개혁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하는 포퓰리즘 정치행태가 거슬리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고이즈미 총리는 매력 있는 정치가라고 생각한다.
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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