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인권보호 강화방안을 앞 다퉈 내놓았다. 피의자 등 수사 대상자의 인권침해 방지에 힘을 쏟겠다는 명분은 가상하다. 그러나 수사기관 내부의 인권침해 방지책은 새로운 것이 없고, 피의사실 공표금지 등 언론보도와 관련된 규제가 중심이란 지적이다. 청와대 지시에 따라 급조한 듯한 규제책을 경쟁적으로 발표한 것도 석연치 않지만, 국민의 알권리가 걸린 언론 보도관행을 인권보호에 가장 큰 장애로 지목한 발상부터 문제가 있다.
우선 논란할 것은 피의사실 공표금지 원칙을 엄격하게 좇아 수사상황 중간발표를 없애고, 수사 대상자 소환사실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수사가 끝날 때까지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친다는 얘기다. 이런 조치는 수사단계에서 확실하지도 않은 피의사실과 개인신상 등을 분별없이 보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현실에 비춰 언뜻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를 핑계로 이를테면 권력과 재벌 등이 얽힌 주요 비리사건 수사가 끝날 때까지 진행상황을 비밀로 하는 것이 옳은지는 의문이다.
권력형 비리를 축소 수사하기 일쑤였던 지난 과오를 굳이 들추지 않아도 수사과정을 국민이 전혀 알 수 없게 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외면하는 것일 수 있다. 또 그릇된 관행을 이유로 언론의 사회적 감시기능을 부인하더라도 국민의 감시 권리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수사 상황을 국민에 알리는 것이 현실과 사리에 맞다고 본다. 순수한 인권보호 차원에서도 검찰과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수준은 아직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참고인 소환공개와 피의자 사진촬영 등은 적절한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보 언론을 제재하겠다는 것은 너무 나갔다. 수사기관과 언론이 편의적으로 만든 낡은 관행은 고쳐야겠지만 원칙과 본분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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