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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순신과 히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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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순신과 히딩크

입력
2005.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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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리더십이 화제다. 이순신 장군과 히딩크 감독이다. 피부도, 시대도, 무대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지만 같은 시기에 그들의 지도력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프로축구팀 PSV에인트호벤의 놀라운 승승장구에 힘입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에인트호벤은 얼마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프랑스의 강호 올림피크 리옹을 격파하고 4강에 올랐다.

유럽 4강 진출이 뭐가 별스러운 일이냐는 반문도 있겠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네덜란드는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이른바 ‘빅리그’에 비하면 유럽축구의 변방이다. 또한 에인트호벤에는 이렇다 할 대스타도 없다. 싸고 좋은 물건을 찾아내 마진을 붙여 비싸게 파는 중개무역의 나라답게 정상급으로 기른 선수들을 지난해 빅리그로 대거 넘겼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B급 팀이 월드컵에 버금가는 대회의 4강에 오른 것이다.

에인트호벤은 27일자 한국일보가 배달된 이른 아침 이탈리아의 명문 AC밀란과의 1차전 경기를 마쳤다. 미리 제작하는 신문의 특성상 경기 결과를 전할 수 없지만 히딩크 감독은 1988년 그랬던 것처럼 이미 정상을 정복한 네덜란드리그를 비롯해 챔피언스리그, FA컵 등 3개 대회의 왕관을 독차지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향해 앞으로 나가고 있을 것이다. 그의 승부사 기질로 볼 때 이겼다면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며 선수들에게 독려할 터이고, 패했더라도 2차전에서 다윗처럼 대승을 거두면 된다고 용기를 북돋을 법하다.

마침 28일은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지 460주년이 되는 날이다. 장군을 소재로 한 소설과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이순신 배우기 열풍이 한창이다. 특히 장군이 무찔렀던 일본이 한국인을 우롱하는 듯한 망언을 일삼고 있는 터여서 더욱 뜻 깊다.

두 사람은 여러 모로 닮은 점이 많다. 단 12척으로 수백 척의 함대를 궤멸한 불세출의 대첩을 거뒀고, 월드컵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한 약체팀을 4강 반열에 올렸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卽死 必死卽生)이란 결사의 각오와 어퍼컷 세리머니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카리스마나 학익진(鶴翼陣)과 파격적인 선수기용에서 엿볼 수 있는 신묘한 용병술은 위기에 처한 지도자가 겸비해야 할 자질이다. 신분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부하나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며 신뢰를 쌓으려 했던 점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그래서인지 양인의 리더십을 비교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소박한 수준이지만 동서고금의 두 명장을 크로스 체크해 보편타당한 리더십을 찾아보려는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걸출한 업적에서 배울 점을 찾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생각해보면 영웅적 리더십에 대한 희구는 우리 사회에 따를만한 인물이 없다는 반증일 수 있다. 그나마 명성을 쌓았던 근·현대사 인물들도 보수와 진보진영의 과거사 공방 과정에서 숨겨진 반민족적 행적이나 민망한 가족문제, 불미스런 축재 등으로 낙마하고 있다.

나라 안팎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은데 민심은 갈갈이 찢어져 걱정이라는 분들이 많다. 이순신 장군과 히딩크 감독을 그리워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리더십 부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예전에 이순신 장군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 ‘칼의 노래’를 추천했고, ‘5대0 감독’에서 4강의 영웅으로 대변신한 히딩크 감독을 자신과 비교하기도 했다. 리더십의 귀감으로 두 명장을 꼽은 셈이다. 노 대통령 역시 대단한 승부사 기질을 가졌다고 한다. 무엇을 배웠을지 궁금하다.

김경철 체육부장 k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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