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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재보선 구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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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재보선 구태 경쟁

입력
2005.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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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우리 동네, 파라다이스 되겠네요." 지난 22일 4·30재보선의 격전지로 꼽히는 경북 영천에서 만난 한 유권자는 머리부터 내저었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한꺼번에 영천을 찾아 장밋빛 공약을 쏟아부었다. 기업도시 시범지역 조성, 농업관련 공공기관 이전, 200만평 전원형 미래도시 건설, 국내최대 영어마을 건설…등등. 그러나 유권자의 표정은 싸늘했다.

여당의 과반 의석 확보 여부가 달려 있고, 박빙의 승부처가 많다 보니 이번 재보선은 유례없이 뜨겁다. 그 뜨거움 때문인지 여야는 그간 금과옥조처럼 내세워 온 정치 개혁, 선거개혁의 허울을 시원하게 벗어던졌다. 선심 공약이 난무하고 지역감정이 춤춘다. 각종 음해에 돈 선거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당 후보의 공약을 보자. "5년간 10조원의 예산을 지원받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이 곳의 1년 예산이 2,600억원이니 40년치를 가져오겠다는 얘기다.

야당 후보의 선거공보다. "박정희 대통령이 키운 경북이 죽어가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농어촌 소득은 9개도 중 최하위다"는 내용이다. 지역감정을 이용하겠다는 심산이다.

충남, 경기에서도 거친 언사들이 춤췄다. "충청을 제대로 대변할 당이 필요하다" "A당을 밀면 B당이 된다."

사실 이 정도는 빙산의 일각이다. 선거구를 돌아본 기자의 눈에 비친 이번 선거는 과거와 조금도 다르지 않는 구태 그 자체였다. "모후보는 서자 출신"라는 음해가 난무했고, "선거 당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실어 나르느냐에 승부가 달렸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돈다.

재보선의 승리가 그토록 중요한가. 그동안 노력해 온 정치개혁의 가치를 허무는데 전혀 망설임이 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이동훈 정치부기자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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