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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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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드는 것의 아름다움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투명인간’의 비법이 실려있다고 한다.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쥐똥나무 열매 아홉 알과 4월 하순경에 불어오는 바람에 말린 패랭이꽃잎 다섯 장을 갈고, 애기똥풀 줄기에서 나오는 뽀얀 즙을 개어 반죽한 것으로 환을 빚어 먹으라… 뭐 이런 처방이 아닐까? 그렇지만 아직 임상 실험을 거쳐 검증된 바는 없다고 한다.

시공을 초월해서 투명 인간의 꿈은 누구나 꾸는가 보다. 억만금이 들더라도 방법만 알 수 있다면 한번쯤 투명 인간이 되어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누구나 투명 인간이 될 수 있다. 예순을 넘기고 나면 당신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루벤스의 그림에나 나올 것 같은 훌륭한 여고생들을 한참 동안 쳐다봐도 아무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그 아이들 눈에는 당신이 보이지 않는다. 투명 인간. 그러니 자리를 잡고 앉아서 실컷 봐도 된다.

지나가는 할머니를 눈여겨 바라보는 사람은 없다. 할아버지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은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자유롭다. 눈을 떴을 때 어제와 같은 햇살이 빛나는 아침은 아름답고 피어나는 풀잎이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러우며 아침이면 밥벌이를 위해 새벽차를 타고 생계의 전쟁터로 달려나가지 않아도 된다. 듣고 싶은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보거나 뒷산을 천천히 산책하거나 나에게 불리해지면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원할 때는 얼마든지 품위 없이 행동할 수도 있다. 투명 인간은 슬프지 않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한 개인에게 일어나는 일 중 가장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그것은 자연의 길이고 자명하게 오고야 말 사실이다.

어느날 갑자기 자기 힘으로 양말도 신을 수 없는 날이 오고 다른 사람에게나 일어날 줄 알았던 기억상실이 내게도 찾아와 버릴 수도 있다. 아니, 그런 날은 온다.

그것을 겁내지 말자. 젊은 당신. 그날은 유쾌하게, 자유롭게, 긴장을 벗어버리고 나에게만 몰두하자. 투쟁이 필요 없는 삶. 해방감이 가득한 시간… 무엇보다 우리가 너무나 되고 싶었던 투명 인간. 도깨비 감투가 없어도 그날은 다가온다.

http://blog.naver.com/gypsy26/40012447143

■ 암 투병 어머님…"힘내세요"

아침에 어머님과 통화를 한다. 말씀이 없으신 분이라 전화를 하더라도 나만 종알종알대는게 어머니와 나와의 전화 통화다. 근데 딱히 할말이 없다. 진지는 잘 드셨는지, 변은 어쩌신지, 그게 전부다. 휴,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지난 월요일에 성모병원에 입원하려고 갔다가 안돼서 목요일에 일산에 있는 국립암센터로 가실 예정이다. 이젠 어머님도 당신이 무슨 병인지 알고 계신다. 어머님께선 그냥 담담하다고 하신다. 시어머니와 같이 사는 시누이는 식이요법이라도 한번 해보려고 이리저리 노력 중이지만 그래도 같이 살지 않는 우리 부부로선 그저 전화로밖에….

늘 그렇게 했듯이 주말이면 시댁을 간다. 11년동안 변함이 없다. 처음엔 할 일이 없어서 당연히 시댁 가는 게 일이였고 아이들이 생기자 아이들 보여주러, 아이들이 커가는 요즘엔 그냥 습관으로 간다. 스스로 위로한다. "신랑아, 우리 정말 어머니 아버지께 잘하지 않았니? 봄 가을 늘 모시고 나가고 주말마다 찾아 뵙고 결혼기념일 때마다 같이 모시고 여행다니고… 이만하면 잘한 거지? 용돈 충분히 못 드린거 빼놓고는 그리고 우리, 싸워서 어머니 속 썩인 것 없잖아? 그렇지? 아니다… 자기가 너무 술 좋아해서…" 우리 신랑은 아무 말이 없다. 그렇지. 아무리 잘해도 부모님께 받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몇 달 전 친정 할머니가 난소암으로 돌아가셨다. 할머닌 88세였다. 하지만 우리 어머닌 지금 66세…. 전화상으로 듣기에 어머님에게 나타나는 외부 증상이 돌아가신 할머니랑 똑같다. 고통받으시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http://blog.daum.net/meehg02/192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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