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 회담 재개’와 ‘회담 좌초에 따른 대안 마련’이라는 막바지 두 갈래 길에서 25일 만난 한미 6자 회담 수석 대표들은 두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면서 수립 가능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논의의 초점을 맞추었다.
이날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간 면담 직후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회담 복귀를 이끌어내기 위한 관련국들의 노력이 유익한 결실을 맺을지는 조만간 확연해질 것"이라며 "이는 희망 섞인 기대가 아니라 중립적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회담 재개 가능성과 좌초 가능성을 냉정하게 반반으로 상정하고, 두 대책을 모두 논의했다는 얘기로 들렸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양국이 회담 재개 가능성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은 사실이다. 이날 양측은 회담 재개 방안 뿐 아니라 회담이 성사될 경우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당국자는 "우리측은 앞으로 4차 6자 회담이 열리면 (북측이 협상할 여지가 많도록) 판 자체가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측에 꾸준히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측의 입맛에 맞는 회담 메뉴를 준비하려는 물밑 노력이 지속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발맞춰 핵 실험 등 북측의 모험을 제어하려는 경고성 지원 사격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이날 "핵 실험은 북한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고, 한미 수석 대표들도 "북한이 현 상황을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며 북측의 결단을 유도했다. 미측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흘리는 것도 대북 설득 노력을 강화하라는 대 중국 압박이라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분석은 이런 맥락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회담으로 복귀하지 않았을 때에 대비한 액션플랜도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날 당국자가 ‘6자 회담이 결렬될 경우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방안도 논의했는가’의 질문에 "밝힐 수 없다"며 사실상 논의가 진행 중임을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정부는 회담이 좌초될 경우 안보리 회부가 아닌 제3의 수단도 있음을 시사하기 시작했다. 한 당국자는 "회담이 결렬되면 곧바로 대북 압박수단이 동원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안보리 회부 등 강경책 말고도 다른 다양한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안보리 카드에 대응하는 외교적 카드가 준비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현 상황에서 대 북한 설득 작업에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을 26일 방문하는 힐 차관보의 행보는 향후 국면을 예측하는 시금석이 될 듯하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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