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일본 효고(兵庫)현 아마가사키(尼崎)시에서 발생한 쾌속 통근전철 탈선·충돌 사고가 예상외의 대규모 참사로 발전하자 ‘철도 대국’을 자부해온 일본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특히 이번 사고가 어처구니 없는 인재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해당 회사와 당국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 사고 순간 = 목격자들에 따르면 기관사는 바로 전 정거장인 이타미(伊丹) 역에서 정지선을 넘어간 뒤 다시 후진하느라 운행시각을 넘겼다. 이 때문에 평소보다 속도를 내 아마가사키(尼崎)역 방향으로 달리다 오른쪽으로 굽은 선로에서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은 뒤 탈선했다.
이때 맨 앞쪽 제1차량이 인근의 9층 맨션의 측면에 한 일자(一字)로 부딪혔다. 제2차량도 건물을 감싸 안듯이 덮치며 종이처럼 구겨졌다. 제1차량은 건물 속에 처박힌 데다 제2차량 밑에 깔려 잘 보이지도 않았다. 좀처럼 보기 힘든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사고 현장은 승객들의 비명과 신음 등으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시각은 출근 러시 아워를 약간 넘긴 오전 9시 20분께였다.
◆ 사고 원인 = 당초 경찰은 전철이 건널목에서 승용차와 충돌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운전자의 실수에 의한 과속 운전에 의한 운전자의 실수라는 심증을 조금씩 굳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일본 언론은 사고 기관사가 올해 23세의 청년으로 입사한 지 11개월 밖에 안 된 초보자라고 보도했다. 그가 지난해에도 정지 불량 등 실수를 해 징계를 받았으며, 이날도 운행 시간을 맞추기 위해 평소보다 과속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사고전철이 강철제가 아닌 충격에 약한 스테인리스제였던 것도 피해를 높인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철을 운영하는 JR니시니혼(西日本)측은 "사고 현장은 제한 속도가 시속 120㎞인 직선선로에서 제한속도 70㎞인 곡선 선로로 진입하는 곳"이라며 "이론적으로 이 곳에서 속도가 130㎞를 초과하면 탈선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 많은 사망자 = 관계 당국은 건물에 충돌한 것이 한량이 아니라 두량으로 밝혀지고 사망자가 시시각각으로 늘어나자 "대참사"라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더욱이 건물 속으로 박힌 제1차량에 대한 구조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비관적이다. 그나마 "제1차량에 4~5명의 생존자가 있다"는 등의 소식에 안도의 표정을 지을 정도다.
일본에서는 1962년과 63년 열차 충돌 사고로 160명과 161명이 사망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후 철저한 안전 관리로 사고가 대폭 줄어 철도강국의 면모를 과시해 왔다. 이번 사고는 1991년 사가(滋賀)현(42명 사망)과 2000년 후쿠이(福井)현의 열차 충돌사건(20여명 부상) 이래 발생한 주요한 철도 사고로 기록됐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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