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전자공시시스템(DART) 전산관리 미숙으로 재벌그룹 총수와 대주주 수만명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노출된 개인정보는 2,400여건에 달하는 ‘주식 등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등록된 주민등록번호와 자택주소, 전화번호 등이다.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개인정보는 심각한 사생활 침해는 물론, 신용사기와 명의도용, 대포통장 개설이나 유괴·납치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이런 중요한 정보가 수십 시간 무방비로 공개됐다는 것은 범죄꾼들에게 좋은 먹잇감을 제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것도 외부에서 노출사실을 알려주기 전까지는 모르고 있었다니 금감원의 안이한 정보관리 실태에 말문이 막힌다.
정부부처 등 공공기관의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최근 218개 공공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점검한 결과, 54%에 해당하는 118개 기관에서 주민등록번호가 무방비로 노출됐다. 뿐만 아니라 행정자치부가 올해 초 주요 공공기관 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9개 기관에서 1,701건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개인정보가 줄줄 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 강대국을 자처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개인정보 관리 수준이 이 정도인 것이다. 매년 수조원의 예산을 들여 국가전산망을 구축해 놓은들 무슨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라도 공공기관 인터넷 시스템의 전면적인 점검과 각 부처 홈페이지 정보관리책임자 지정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월에 이어 4월 임시국회로 미뤄졌다가 다시 연기된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제정 추진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행정편의 위주의 주민등록제도의 문제점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주민등록번호가 갖는 정보로서의 효용가치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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