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야 누워서 떡 먹기지." 이러면 그 일이 매우 쉽다는 뜻이다. 그러나 막상 해보면 누워서 떡 먹는 일이 쉽지 만은 않다. 그보다 더 쉬운 일은 ‘절구통에 새알 찧기’이다. 그거야말로 절구공이를 한번 들었다 놓기만 하면 되는 일인데, 확이 움푹해서 새알이 다른 데로 튀어갈 일도 없다.
우리집에서는 그런 일을 ‘창합이 아저씨 물대기’라고 한다. 형제간에 고스톱을 칠 때 위쪽의 화투가 아래쪽으로 내려오는 것 역시 그렇게 말한다. 예전에 ‘창합이 아저씨’라는 일꾼이 있었는데, 며칠 동안 논에 가서 놀고만 오는 것을 할아버지가 나무라자 그 아저씨가 이렇게 대답했다는 것이다.
"같은 일도 어려운 일이 있고 쉬운 일이 있지요. 제일 아래논에서부터 윗논으로 차례대로 물을 퍼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겠으나, 제일 윗논에서 아랫논으로 차례대로 물을 대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요즘 제가 한 일이 그렇습니다."
그 말을 듣고 할아버지가 이렇게 대답하셨다고 한다. "자네야 말로 전국시대의 책사로 태어나야 할 사람이 때를 잘못 받아 밭고랑에서 태어난 것 같네. 그러니 어쩌겠는가. 내일부터는 입이 아니라 힘으로 일해야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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