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그냥 달려들어라)!’ 세계 어디에서나 위력을 발휘하는 나이키의 광고 카피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는 논란만 일으키고 퇴출됐다. 젊은 세대의 반항을 부추기는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중국 시장은 광고업계의 사실상 마지막 신 개척지이다. 지난해만도 160억 달러 규모로 전년에 비해 20%나 증가했다. 내년 말쯤이면 세계 3위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구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외 유수의 광고 업체들이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나이키 정신’으로 뛰어들었다간 십중팔구 실패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에서 중국 광고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문화를 알아야 한다면서 낭패를 본 유명 광고 업체들의 사례를 열거했다.
나이키의 실패는 ‘그냥 달려든 것’ 뿐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대륙시장을 겨냥해 만든 회심의 작품이 참담하게 실패했다. 문제의 광고는 미국 프로농구 NBA의 최고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가 중국의 쿵푸 영웅과 농구 대결을 펼친 끝에 이기는 내용이다. 최첨단 영상 기법까지 도입해 만든 작품은 중국의 자존심인 쿵푸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시청자에게 버림받았다. 더욱이 중국정부로부터 방영 금지 처분을 받고 공식 사과까지 했다.
이처럼 중국의 민족주의를 건드리는 것은 첫번째 금기다. 도요타 자동차는 중국의 힘을 상징하는 전차와 돌 사자상을 건드렸다 혼이 났다. 도요타의 신차 앞에서 전차와 돌 사자상이 고개를 숙인다는 내용의 이 광고에 중국인들은 분노했고 광고는 빛도 보지 못한 채 사라졌다. 패스트푸드 업체인 KFC의 상징인 ‘샌더스 대령’도 다른 나라에서는 친숙한 아저씨이지만 중국에서는 호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
반면 생활용품업체 P&G는 중국 시장에서 매출 1위를 달리는 성공을 거뒀다.
P&G는 상하이(上海) 등 연안의 첨단 도시와 내륙의 가난한 도시 등 둘로 나눠 광고 전략을 짰다. 비싼 상품을 좋아하는 상하이의 부유층을 상대로는 고가의 피부 보호제를 집중적으로 소개했고 내륙의 여성들에게는 저가의 비누를 광고해 대박을 터뜨린 것. 왈터 톰슨사의 광고 카피는 "(피부보호제가) 반항이 없고 순응한다"는 내용이었다.
때문에 많은 해외 광고 업체가 ‘먼저 중국 문화를 알자’며 중국 기업과 손을 잡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중국 광고 시장을 휩쓴 10대 제품 중 4개가 중국 국내 업체 제품일 정도로 광고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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