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재건축 비리사범에 대한 특별단속에 나서는 등 정부의 압박이 강해지자 재건축 시장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분양 승인 과정에서 하자가 발견됐거나 비리가 적발된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들은 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사업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일부 재건축 조합과 건설사들은 아예 분양가 인하 작업에 들어갔다. 정부의 세무조사 방침 발표 후 지난 주 도곡 주공2차가 평당 분양가를 20만원 가량 내린 데 이어, 잠실주공2단지도 이날 33평형에 대한 평당 분양가를 두차례에 걸쳐 69만5,000원 내렸다.
재건축 조합들은 정부가 해당 구청에 관리처분 인가를 요구하는 최악의 상황이 닥치지 않을까 안절부절하는 모습이다. 관리처분 인가가 취소될 경우 분양승인 신청도 자동 무효가 돼 내달 18일부터 실시되는 개발이익환수제에 따라 용적률 증가분의 10%를 임대아파트로 지어야 한다.
문제는 재건축 조합이 정부 의도대로 일반 분양가를 대폭 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분양가를 인하할 경우 그 부담이 재건축 조합이나 건설사에게 돌아가야 하는데 조합원이나 시공사들이 늘어나는 분담금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곡 주공2차나 잠실 주공2단지처럼 평당 20만~69만원을 내린다고 해봐야 33평형의 분양가는 6억4,330만원에서 6억2,040만원으로 2,290만원 인하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정부가 상정하고 있는 분양가 수준을 만족시키기 힘들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초강경 대책이 일부 단지의 분양가를 낮출 수는 있어도 집값 안정에는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강남 재건축의 가격 급등은, 강남에서는 재건축이 아니고서는 사실상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시장 원리를 무시한 채 분양가 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강남과 수도권의 집값을 잡으려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와중에 송파구청이 이날 잠실주공2단지 분양을 전격 승인해 귀추가 주목된다. 송파구청 처럼 재건축 단지 해당 지자체들이 정부의 강력한 재건축 단속 조치에도 불구, 이를 무시한 채 분양승인을 해줄 경우 정부의 공신력과 권위는 추락하고 오히려 시장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요즘 정부의 재건축 대책은 시장원리를 간과한 채 무리하게 밀어 붙이는 측면이 있다"며 "단기 대책보다 공급 확대 같은 중장기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