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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시대의 바람직한 아버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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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시대의 바람직한 아버지상

입력
2005.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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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 시대에 살아 남도록 하기 위해 자녀들을 외국으로 유학 보내고 가족과 떨어져서 사는 기러기 아빠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한국의 교육현실이 열악해서이기도 하지만 부모들의 과다한 교육열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기유학을 통해서 얻는 것이 있는 반면에 잃는 것 또한 크다고 본다. 가족들과 어울려 살아가면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주는 정신적인 가르침이 없어진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기초가 되는 올바른 품성과 인격 형성은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채와 안채가 높은 담장으로 나누어져 있던 시절 아버지들은 기침 소리의 높낮이와 담뱃대 두드리는 소리의 강약으로 자녀들을 다스릴 수도 있었다. 그 시절의 아버지들은 존재함으로써 군림하였고 어머니들은 남편의 의중을 헤아려서 자녀들에게 아버지의 뜻을 전달하는 동시에 남편의 심기를 살펴서 자녀들의 요구를 남편에게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을 담당하였다. 가정의 질서는 잘 유지됐지만 아버지와 자녀들 사이에는 대화 없이 절대적으로 강요하는 분위기였기에 창의성과 개성을 키워가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훈육 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들의 강력한 가부장적인 권위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화하였다. ‘가정을 버려야만 가정이 산다’고 하던 개발연대 시기부터는 바쁜 아버지를 대신하여 가정에서 어머니들의 교육적인 역할이 오히려 커졌다. 아버지들은 자연스레 뒷전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어머니들은 한국인 특유의 교육적인 열정으로 자녀들을 뒷바라지 해나가기 시작하였다. 자녀의 성공은 곧 어머니의 성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국의 어머니들은 그야말로 헌신적이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아버지들은 자녀 훈육에서 멀어지게 되었고, 어머니들보다 오히려 더 부드럽거나 유약해졌다. 이러한 현상 역시 자녀교육이라는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역할을 적절하게 나누고 공동의 노력을 해 나갈 때 자녀교육에서 기대하는 성과를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과 접하는 시간이 많고 일상적인 일에 일일이 관여해야 하는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옳고 그름의 기준과 원칙을 제시하면서 자녀들이 이를 잘 지켜가는지를 지켜보는 훈육자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다. 즉, 허용될 수 있는 것과 허용되지 않는 것을 엄격하게 가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아이들이 너무 눈앞의 작은 이익에 사로잡히거나 소심해지지 않도록 멀리 내다보는 안목과 넒은 마음 씀씀이를 갖추도록 도와 주어야 할 것이다. 즉, 아버지들이 가지고 있는 경륜과 삶의 지혜를 전해 주고 호연지기를 길러 주려는 실천적인 노력이 뒤따라야만 한다.

마지막으로는 아버지의 이런 역할이 성과를 얻어가기 위해서는 자녀들과 살갑게 대화하고 몸으로 부대끼면서 어울리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하겠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남자 아이들에게는 어머니의 이런 저런 관여보다는 아버지의 관심과 지도가 실질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결론적으로 평상시에는 자상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엄격한 일면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가 이 시대에 적합한 아버지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유갑 지효 아동·청소년 심리발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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