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남긴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미국인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전범을 그는 창조했다."(역사학자 로잘린드 레머)
‘가장 미국적인 미국인’으로 일컬어지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1706~1790). 그의 탄생 300주년(2006년 1월 17일)을 앞두고 미국인들이 분주하다.
프랭클린의 주요 활동무대였던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는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다. 이미 막이 오르기 시작한 기념행사는 과학자이자 문필가, 발명가이자 기업가, 언론인이자 출판인, 사상가이자 정치인으로 대성한 다채로운 경력만큼이나 다양하다.
프랭클린 과학박물관은 이중초점 렌즈, 잠수용 발 갈퀴, 열효율 스토브(프랭클린 스토브) 등 지금도 유용한 그의 독창적 발명품들을 소개하는 상설 전시를 시작했다. 플리즈터치 박물관은 5월부터 ‘우체국장 프랭클린’을 주제로 어린이를 위한 이색 체험 행사를 한다. 그가 한 평생을 보낸 필라델피아의 번화가 올드시티는 도보 관광 코스로 꾸며지고 있고, 그 일대 식당들은 소문난 미식가이자 포도주 애호가였던 프랭클린을 기리는 특별 메뉴 개발에 여념이 없다.
기념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국립헌법센터(NCC) 주최로 연말에 시작되는 ‘벤자민 프랭클린: 좀더 나은 세상을 찾아서’ 전시회. 필라델피아를 출발해 세인트루이스, 휴스턴, 덴버, 애틀랜타 등 미국 전역을 거쳐 2008년 프랑스 파리에서 막을 내리는 이 전시회는 고인의 손때가 묻은 체스판부터 피뢰침까지 유품 및 발명품 250여 점을 선보인다. 300주년 행사 준비 위원장인 역사학자 로잘린드 레머는 최근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1세기의 현대 감각으로 볼 때도 전혀 손색이 없는 프랭클린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달러짜리 지폐에 초상화로 살아 있는 프랭클린은 자유를 사랑하고 과학을 존중했으며 공리주의에 투철한 전형적인 미국인이었다. 비누와 양초를 만드는 영세 제조업자의 열일곱 자녀 중 열째로 태어난 그는 12세 때부터 인쇄공장 견습공으로 일했다. 라틴어학교를 1년 다닌 것이 배움의 전부였지만 훗날 당대 최고의 시대정신을 명문장으로 담은 독립선언문을 기초하고 미국 민주주의 기틀을 세운 위대한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번개의 성질을 규명해 피뢰침을 개발한 일화는 특히 유명하다. 그는 번개와 전기가 성질이 같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1752년 목숨을 건 실험을 감행했다. 하늘에서 번개를 끌어들이기 위해 특별 제작한 연을 띄워 손으로 직접 전기를 확인했다. 바로 이듬해 한 교수가 비슷한 실험을 하다가 벼락에 맞아 즉사하기도 했으니 이 실험은 대단한 행운이 따른 셈이다. 실험 결과는 결국 피뢰침으로 실용화됐고, 그는 하늘의 불씨를 훔쳐 인간에게 전해준 현대판 프로메테우스가 됐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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