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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비밀의 兩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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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비밀의 兩面

입력
2005.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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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세상에는 비밀이란 없다는 말을 한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처럼, 요즘 시대는 첨단 과학기술의 덕택(?)으로 개인적인 비밀뿐 아니라, 공적인 비밀까지도 첨단 카메라와 도청기, 컴퓨터 해킹의 발전으로 인해 모두 사라진 느낌이다.

맘만 먹으면 개인 신상정보나 사생활 정보까지도 다 알 수 있는 시대이다. 한마디로 현대인은 비밀 없는 세상 속에서 비밀을 간직하며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사람들은 비밀을 지키기 위해 완벽한 외부 보완장치 뿐 아니라, 괜히 꼬투리 잡힐 만한 말은 아예 하지 않거나, 자신의 속내를 함부로 털어놓지 않는 철통 같은 내적 방어기재를 갖추고 산다.

비밀스러운 사회악을 들춰내는 일은 정의의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서로 지켜줘야 할 인격적인 비밀까지도 들춰내는 ‘인격침해’는 부부, 가족, 친구 사이에 신뢰의 상실을 가져온다. ‘싸이월드’의 인기만큼 ‘사이문화’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 가는데, 우리의 이기적인 문화는 진정한 신뢰의 ‘사이’를 지키는 데에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가톨릭교회에는 개인과 교회의 중요한 내적비밀을 지키는 오랜 전통이 있다. 신부가 고해성사의 비밀을 지키는 일에서부터, 새 교황님을 뽑는 비밀 추기경 회의(콘클라베)를 비밀로 지키는 일들은, 알리고 싶지 않은 인간의 치부를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인격적 결정은 결국 내 영혼 안에서 울리는 양심에 따라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언제쯤 그 양심을 지키고 보호해주는 것이 우리 시대의 ‘사이문화’가 될 수 있을까.

송용민 신부 인천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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