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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시인 '어느날…' 출간/ 31년 공백 무색한 ‘청년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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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시인 '어느날…' 출간/ 31년 공백 무색한 ‘청년정신’

입력
2005.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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빤한 법칙

측은함이 점점

큰 파문으로 퍼져가는 것과 반대로

사랑의 핵심은 우선 인색함이다

파면 팔수록 좁아지는

어두운 우물

예를 들어

불안하게 안으로 숨으면서

다급해지는

자존심의 푸른 촉수들이 있다

만약 네가 무심하게

그 한마디 비밀을 밖으로 흘린다면 그건

사랑의 법 그 끔찍한 명령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잠 깬 욕망을 다시 누를 수는 없다

허망한 일이지만

사랑은 원래

폭동이기 때문에

사랑의 핵심은 파고들수록 좁아지는 인색함이며, 폭동의 광기처럼 누를 수 없는 욕망일 뿐이라는, 이 절망의 사랑 노래가 담긴, 최민 시인의 시집 ‘어느날 꿈에’(창비 발행)가 나왔다.

1969년 등단한 시인은 시집 ‘상실’(민음사, 1974)로 당시의 젊은 시인들을 서늘하게 했다고 한다. 그는 민중미술운동가로, 번역가로 활동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로 있다.

김정환 시인은 31년 만에 낸 이 시집의 해설에 "그의 시는, ‘침묵 30년’의 깊이로 시작한다"고 썼고, 황지우 시인은 "시집 전체에 팽팽한 그 청년성이야말로 우리의 조로증을 일갈하는 듯하다"고 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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