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대 나경원’
요즘 한나라당엔 두 여성 의원간 입심 경쟁이 화제다. 전 의원은 1년여간 대변인을 맡아온 자타가 공인하는 한나라당의 공식 ‘입’. 하지만 최근 나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연은 이렇다. 강재섭 원내대표가 취임하면서 한나라당은 원내 상황을 따로 브리핑 하기로 했다. 원내부대표인 나 의원이 그 역할을 맡았다. 그는 매일 두번씩 국회 기자실을 찾아 임시국회와 관한 현안을 브리핑한다.
매일 아침 회의가 끝나면 거침없고 시원시원한 말투의 전 대변인이 그날의 일정과 당의 정책 방향에 대해 공식 브리핑을 한다. 전 대변인의 브리핑이 끝나면 부드러운 말투의 나 의원이 기자실에 나타난다.
그러다 보니 신경전도 치열하다. 애당초 전 대변인은 원내 대변인을 따로 두고 브리핑을 하는 것에 반대했다고 한다. "브리핑 내용이 중복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일부 현안에 대해 전 대변인과 나 의원간에 말이 엇갈리는 바람에 전 대변인측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는 전언이다. 그 후로 나 의원은 전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을 꼼꼼히 확인한다고 한다. 전대변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를 알아야 중복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변인실은 매일 각종 회의와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을 타이핑해 당 홈페이지에 올리고 기자들에게 이 메일도 보낸다. 하지만 원내대변인의 브리핑은 이 같은 서비스 대상에서 빠진다. 원내 브리핑은 ‘원내대표단에서 알아서 기자들에게 제공하라’는 뜻이다. 전 대변인과 나 의원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의 결과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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