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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너무나 ‘바쁜’ 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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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너무나 ‘바쁜’ 경찰청장

입력
2005.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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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내놓을 것은 내놓아야 한다."21일 노무현 대통령은 법무부 업무보고 중 검찰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 문제로 검·경이 대립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통령의 훈수는 누가 봐도 경찰쪽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껏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있는 허준영 경찰청장의 자신감의 정체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허 청장은 검찰이 수사권을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하자 "난 낙관적인 게 병"이라며 자신만만해 했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소금론’을 펴자 "소금엔 가는 소금, 굵은 소금, 맛소금이 있다"고 응수했다. 검찰 앞에 서면 작아지기만 했던 경찰은 총수의 발언에 "60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갔다"며 즐거워하고 있다.

그뿐인가. 지난달 19일 독도 방문 때 "지구상에 다케시마(竹島)는 없다"는 명카피(?)를 발표해 국민의 애정을 챙겼다. 치안총수로 처음 4·19 국립묘지를 참배해 언론의 각광을 받았다. 위에서 당겨주고 아래에서 받쳐주는 데다 여론까지 업었으니, 그의 기세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언론의 생리를 다 터득했다는 듯이 그는 "기사 제목 뽑으라"고 주위를 독려하며, 기삿거리들을 고르고 있다. 19일엔 자신을 ‘불멸의 이순신 장군’으로 패러디한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내 기자들에게 일일이 복사해 나눠주었다.

16일째 행방이 묘연한 탈주범 이락성에 대해 치안총수가 "탈주범도 인권이 있는데 밥은 먹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며 영화 ‘살인의 추억’ 대사를 인용했다. 22일 그는 ‘국토 끝 순례 2탄’으로 마라도로 날아갔다. 또 기삿거리를 예비해 놓았을 것이다.

청장의 관심은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그가 좋아하는 기사체로 한다면 ‘본(本)과 말(末)이 한참 전도(顚倒)됐다.’

고찬유 사회부기자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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