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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10년 후, 중국 - 'Greater China' 시대에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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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10년 후, 중국 - 'Greater China' 시대에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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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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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망론이 풍미하는 세상이다. 해마다 10%에 육박하는 경제성장에 놀라며 각국의 전문가들이 쏟아내는 예측을 본다면 10년쯤 후 중국은 세계를 쥐락펴락하고도 남을 정도다. 뉴욕타임스의 아시아통이라는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중국이 미국된다’(따뜻한손 발행)에서 중국은 2020년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미국을 앞서고 2040년까지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은 중국이 2014년이면 미국을 제치고 세계경제의 최대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년 후 한국을 아는 것보다 10년 후 중국을 내다보는 것이 어떤 면에서 더 실리적일지도 모른다. 경제평론가 공병호씨의 ‘10년 후, 한국’을 시작으로 해냄출판사가 기획 시리즈처럼 내고 있는 ‘10년 후, ○○’의 중국편이 주목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비즈니스든, 문화든 중국을 거론하는 책들이 정말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 책은 대표적인 중국통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중국지역본부 상하이무역관의 박한진 차장이 실무와 이론을 겸비해 10년 후 중국의 변화를 내다봤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중국의 변화는 물론 중요하지만 책의 무게중심은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로 집중된다.

중국의 브레이크 없는 성장은 이 나라를 최대 무역국으로 삼고 있는 우리로서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두려운 일이다. 공산주의는 껍데기로 쓴 채 ‘원바오’(溫飽) ‘샤오캉’(小康) ‘타통’(大同)의 3단계 발전론에 따라 거침없이 경제발전을 일궈가면서, 진공청소기처럼 외국 자본을 빨아들이고, 6,000만 명에 이르는 화교(華僑)와 화상(華商) 네트워크를 경제건설의 거대한 자산으로 삼아 ‘그레이터 차이나’(Greater China) ‘팍스 시니카’(Pax Sinica)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래서 이 중국전문가는 "아직은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서 큰소리 치지만, 앞으로 우리 자식들은 중국 땅에서 허드렛일을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경고한다.

‘저우추취’(走出去·밖으로 나간다) 원칙에 따라 팽창하는 중국의 모습을 보며 저자는 "한국의 10년 후가 결코 밝지 않다"고 단언한다. 우선 우리가 지향하는 ‘동북아 허브’가 시작단계부터 가로막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상하이항이 부산항을 앞설지 모른다는 걱정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상하이항은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지난해 상하이항의 컨테이너 처리 실적은 2003년보다 약 30% 증가한 1,455만 4,000 컨테이너로 홍콩과 싱가포르에 이어 2년 연속 세계 3위다. 2002년까지 3위이던 부산항은 지난해 5위로 주저 앉았다.’

한국 기업이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국내 산업의 공동화와 취업난이라는 ‘차이나 쇼크’를 우려한 것이 바로 어제인데, 저자는 한국 기업이 떠난 국내 빈자리를 중국 기업들이 와서 메우는 ‘딥 임팩트’ 상황을 걱정한다. 그는 ‘아직 중국에 진출하지 않은 중견 가전업체들은 앞으로 중국 가전업체들의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중국 최대이며 백색 가전 세계 2위 업체인 하이얼(海爾)이 서서히 국내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하는 게 얼른 심상치 않다.

저자는 대안으로 중국 기업들이 더 커지기 전에 이들과 전략적인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기업이라면 외자 유치를 목적으로 무조건 매각에 나서지 말고 중국 기업과의 합자 가능성을 우선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황해경제권 개발을 내세우며 중국과의 협력 관계 구축을 강조한 김석철 명지대 건축대학장처럼 그도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말 중국의 유통 및 서비스 시장 개방에 맞춰 이 분야의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거나, 중국 정부의 거대 조달시장을 눈여겨보라는 구체적인 조언과 함께 그는 무엇보다도 ‘한중 관계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전문가 그룹을 만들고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장에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 위안화 평가절상에 신경을 곤두세우기보다, 위안화가 국제통화가 되는 데 대처하는 게 급선무라는 식의 진단이 그런 그룹에서 생산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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