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퍼블릭 디플로머시(대중외교)의 선봉장이 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실제로는 유명무실해지는 위기에 처해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샌포드 웅거 고셔대 총장은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지 최신호(5/6월) 기고에서 "미국의 대외 이미지가 추락하는데 VOA 방송 서비스가 축소되는 것은 요즘 미국 외교 정책의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웅거 총장은 1999~2001년 VOA국장을 지냈다.
대외 정책 전반에서 소프트파워 전략을 강조하는 조지 W 부시 정부가 냉전 해체 이후 급감했던 VOA 예산을 증액하고 있으나, 웅거 총장은 외형적 확장에 가려진 암울한 실상을 전하고 있다. 그는 이라크전 발발 이후 미국 정부가 중동 지역에 대한 외교적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VOA에 대해 노골적으로 간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VOA 등을 송출하는 방송위원회(BBG)의 설립 취지가 외교 당국의 개입을 피하기 위한 방화벽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이같은 목표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정책에 대한 우호적 보도 요구를 거부한 특파원이 방송 지원 업무로 부당 인사 조치를 당한 사례도 있다.
BBG가 아랍 편향적 해외 홍보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VOA는 미국적 가치관을 전파하는 도구로서 가치를 인정 받으며 80년대에 예산, 방송 지역, 언어 등이 확대됐다. 최대 하루 24시간 방송을 송출한 적도 있으나 현재 방송시간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으며 멕시코시티 등의 일부 지국은 폐쇄됐고 런던, 모스크바 지국은 규모를 줄였다. 그러나 BBG는 증액된 예산의 대부분을 아랍권 방송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카타르에 본부를 둔 아랍어 위성 방송 ‘알 자지라’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6,200만 달러를 들여 아랍어 TV방송 ‘알 후라’를 창설했고, 이란을 겨냥한 ‘라디오 파르다’등을 설립했다.
의회 일각에서는 예산 삭감을 주장하기도 하고, 폭스 CNN 등과 자유롭게 경쟁하도록 시장에 내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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