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추억속의 쑥버무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추억속의 쑥버무리

입력
2005.04.22 00:00
0 0

바로 요즘 철에 먹는 시절음식 중에 ‘쑥버무리’라는 것이 있다. 밭둑에 돋아난 연한 쑥을 뜯어와 그늘에 꾸들꾸들하게 말린 다음 그걸 다시 물에 적셔 쌀가루를 살짝 묻혀서 찌는 떡이다.

쌀가루로만 찌는 백설기나 거기에 콩 넣고 팥 넣고 찌는 버무리(뭉셍이)떡은 단단하고 차지지만, 이 쑥버무리는 양식 귀한 봄철에 쌀이 많이 들어가는 백설기나 뭉셍이를 해 먹을 수는 없고, 그런데도 떡은 해먹고 싶을 때, 겨우 ‘떡 시늉’만 하는 시절음식이다. 맛도 아주 기가 막히다. 입안 가득 배어나는 쑥 향도 한식에 먹는 쑥송편보다 더 향긋하다. 떡처럼 뭉치지 않고 부슬부슬 흩어져 먹기도 좋고 소화도 잘 된다.

그걸 먹고 싶다고 하니까 아내가 형수에게 말하고, 형수가 어떻게 우리집 남자들 입은 어릴 때 어머니가 길들여 놓은 자리에서 더 크지도 못하고 늘 그대로냐고 말한다. 형도 며칠 전 쑥버무리 타령을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어머니가 마른 쑥을 가지고 한번 올라와 쪄주시겠다고 했다. 다른 떡은 이미 찐 것을 보내도 되지만 그것은 그 자리에서 바로 쪄먹어야 제 맛이기 때문이다. 얻어먹는 것들은 늘 입만 이렇게 고급이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