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요즘 철에 먹는 시절음식 중에 ‘쑥버무리’라는 것이 있다. 밭둑에 돋아난 연한 쑥을 뜯어와 그늘에 꾸들꾸들하게 말린 다음 그걸 다시 물에 적셔 쌀가루를 살짝 묻혀서 찌는 떡이다.
쌀가루로만 찌는 백설기나 거기에 콩 넣고 팥 넣고 찌는 버무리(뭉셍이)떡은 단단하고 차지지만, 이 쑥버무리는 양식 귀한 봄철에 쌀이 많이 들어가는 백설기나 뭉셍이를 해 먹을 수는 없고, 그런데도 떡은 해먹고 싶을 때, 겨우 ‘떡 시늉’만 하는 시절음식이다. 맛도 아주 기가 막히다. 입안 가득 배어나는 쑥 향도 한식에 먹는 쑥송편보다 더 향긋하다. 떡처럼 뭉치지 않고 부슬부슬 흩어져 먹기도 좋고 소화도 잘 된다.
그걸 먹고 싶다고 하니까 아내가 형수에게 말하고, 형수가 어떻게 우리집 남자들 입은 어릴 때 어머니가 길들여 놓은 자리에서 더 크지도 못하고 늘 그대로냐고 말한다. 형도 며칠 전 쑥버무리 타령을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어머니가 마른 쑥을 가지고 한번 올라와 쪄주시겠다고 했다. 다른 떡은 이미 찐 것을 보내도 되지만 그것은 그 자리에서 바로 쪄먹어야 제 맛이기 때문이다. 얻어먹는 것들은 늘 입만 이렇게 고급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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