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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은식 - 박재은의 음식이야기 - 맛있는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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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은식 - 박재은의 음식이야기 - 맛있는 TV

입력
2005.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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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은 우리 집의 별식 메뉴가 결정되는 시간이다. 모 방송사의 ‘맛’ 프로그램에서 닭갈비 대 삼겹살, 혹은 카레 대 자장면 등의 대중적인 메뉴대결을 방영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일요일 아침을 차리는 동안, 아빠는 ‘맛’ 프로를 유심히 보시다가 "오늘 점심은 불 닭 먹자" "냉면 먹으러 오장동 갈까?"하고 운을 띄우신다. 가족이 각자의 방문을 걸어 잠그고 인터넷에 빠져드는 요즈음, 식탁에 모두를 불러놔도 딱히 나눌 말이 없다. 이럴 때 모두가 한마디씩 할 수 있을 화제를 찾아보니 ‘맛’ 이야기가 있더라는 것. ‘맛’프로의 열혈 애청자인 무뚝뚝한 아빠가 "아까 보니까 불 닭 진짜 매워 보이던데, 먹고 나서 속 아프지 않더냐?" 말문을 틔우면 "그거 먹을 때 꼭 누룽지탕 같이 시켜요" 라든가 "생맥주랑 피클 있으면 그럭저럭..."과 같은 답들이 툭툭 쏟아져 나오니 일요일 아침 식탁은 풍성해 진다.

◆ 라면 열전

매체에 나오는 별식이 아니더라도, 맛 이야기는 얼마든지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누구라도 한 마디씩 거들법한 라면이나 분식 이야기 같은 거다. 대화가 드문 부부 사이라도 "요즘 애들은 라면에 치즈를 넣어서 ‘치즈라면’이라고 먹는대요" "엥, 그걸 느끼해서 어떻게 먹나" "그러게요, 근데 의외로 고소하니 맛이 있나 보던데" 하면서 무슨 말이라도 상대방과 이어가 보려 노력할 수 있다. 라면 얘기가 나온 김에 몇 가지 더 만들어 보자. 북어를 쪽쪽 찢어서 기름에 볶다가 콩나물을 넣고 끓이는 해장 라면이나 케첩과 파인애플로 볶다가, 피자 치즈를 얹어서 먹는 그라탕 라면은 아시는지? 라면을 끓이다가 순두부를 뚝뚝 떠 넣고 고추기름 몇 방울과 달걀로 마무리 하는 순두부면은 식사로 손색없고, 국 간장으로 간을 하고 청경채를 넣는 간장 라면은 맛이 깔끔하다. 물을 자작하게 잡아 카레 가루를 솔솔 뿌린 카레 라면이나 칠리소스 한 술에 고수와 숙주를 얹어 먹는 동남아식 라면은 이국적이다. 볼이 깊은 뜨거운 냄비에 식용유를 두른 후 고춧가루를 달달 볶다가 뜨거운 물과 함께 오징어, 새우, 홍합 등의 해물, 갖은 야채를 듬뿍 넣어 끓여내는 짬뽕라면은 일요일 한낮 속풀이에 그만. 동전 몇 개로 살 수 있는 라면 하나가 다양한 맛과 대화 거리를 제공해 주니, 월급날이 아직 먼 주머니 사정에도 오후 한 때 즐거울 수 있다.

◆ 요리보고 세계보고

특정 프로의 제목을 거론 한다면 ‘광고성’ 기사로 오인 될지 모르지만 그냥 쓰련다. 각 나라를 돌면서 가장 대중적인 요리를 통해 그 나라를 소개하는 프로도 자주 보는데, 다양한 볼거리에 현지 통화(通貨)로 한 그릇 당 얼마냐는 정보까지 나오니 세계 일주 다니 듯 보게 된다. 프랑스 편에서는 최고급 레스토랑의 캐비어나 바닷가재 요리가 화려하게 소개 되고, 홍콩 편에서는 80년 된 오리 구이집의 변치 않는 맛과 함께 길에서 먹는 죽이나 점심 메뉴인 딤섬을 다룬다. 프랑스식 달팽이 요리가 궁금할 때는 현지 셰프의 손놀림을 메모해 두었다가 골뱅이에 응용하면 되고, 이탈리아의 ‘치킨 카챠토레’ 는 닭고기와 토마토를 화이트 와인과 쪄 낸 요리니 우리식의 닭 도리 탕 쯤으로 여겨 시도해 봄직 하다.

앞에 소개한 간장 라면처럼 간장 간으로 끓인 따끈한 면 위에 달콤 짭짤하게 바짝 구운 돼지고기를 썰어 올리면 홍콩 식 누들이다. 마트에서 구입 가능한 냉동 돈 가스를 튀겨낸 다음 왜간장과 양파, 계란으로 훌훌하게 만들어 밥 위에 얹으면 일본식 덮밥이라 맥주 한잔과 어울리면 좋고, 으깬 감자에 카레 가루를 섞은 다음 만두피에 싸서 튀겨 내면 인도 만두인 사모사를 흉내 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 나라의 음식을 흉내 내 보고 맛보고 하면서 말 그대로 요리도 보고 세계도 보자는 것. 가족 간에, 친구 간에 대화 꺼리와 추억 꺼리가 생긴다.

우리나라 사람들, 놀이 문화에 익숙지 않아 셋이 모이면 화투치고, 술 마시면 노래방에 아이들은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기 일쑤. 가족 끼리든 엠티든 여럿 모인 자리에서 술 마시거나 드라마에 울고 웃는 대신, 별미 라면이나 이국적인 요리를 시끌벅적 만들며 한번 놀아보면 어떨까. 기왕 먹는 세끼 밥을 재미있게 변신시키는 아이디어가 ‘삶의 질’ 변화 시킬 수 있다. 물에 만 찬밥 대신 녹차를 끓여서 김가루를 뿌리면 속이 뜨뜻해 지고, 김빠진 소주를 다음날 마시느니 시원한 사이다에 토마토 쥬스와 섞어 마시면 해장술 ‘블러디 메리’가 된다. 이런 식의 자투리 아이디어만 잘 활용해도 원룸의 자취 생활이든, 조 부모를 모시고 사는 가정집이든 조금 더 풍요로워 지지 않을까. 그리고 멋진 엔터테이너들과 고급 스포츠카가 있는 ‘특집 드라마’도 좋지만, 국민들이 보고 배울 정보가 많은 생활 교양 프로에도 투자가 과감한 선진국이 된다면 우리의 식탁은 더 살 찔 것이다.

푸드채널 '레드 쿡 다이어리' 진행자

◆ 동남아식 라면

라면 1개, 동남아 칠리소스 1큰술, 돼지고기 약간, 숙주 20그램, 양파 약간, 고수 약간.

1 라면 1개 분량의 물을 잡고 스프와 칠리소스로 간을 맞추어 끓인다.

2 1에 면을 넣고 샤부샤부 고기처럼 얇게 썬 돼지고기도 넣어 익힌다.

3 얇게 썬 생양파와 생 숙주, 고수 잎을 2에 올리면 완성.

◆ 순 두부 라면

라면 1개, 순두부 1/2봉, 고추 1개, 고춧가루 1작은 술, 다진 양파 1큰 술, 바지락 40그램, 계란 1개.

1 뚝배기에 기름을 두르고 어슷 썬 고추, 고춧가루, 다진 양파를 볶아서 매운 향을 낸다.

2 1에 바지락을 넣고 물을 조금 부은 후 뚜껑을 덮어 익힌다.

3 2의 조개가 입을 벌리면 물을 더 붓고 면과 스프를 넣는다.

4 3의 면이 거의 다 익어 가면 순 두부를 떠 넣고 계란을 올려 마저 익힌다.

5 고추기름을 한 두 방울 뿌리면 완성.

◆ 돈가스 덮밥

돈가스 1인분, 계란 1개, 당면 약간, 양파 1/2개, 부추 약간, 우스터 소스 1큰술, 간장 1큰술, 설탕 2큰술, 식초 약간, 후추, 깨.

1 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 양파를 함께 볶다가 물을 조금 붓고 우스터 소스, 간장, 설탕, 식초로 간을 해서 끓인다.

2 1에 돈까스와 불린 당면을 넣고 졸인다.

3 2에 후추와 깨로 간을 맞추고 불에서 내려 밥에 올린다.

4 생 부추를 썰어서 3위에 올리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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