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2004년 결산안 심사를 위해 21일 소집된 국회 문광위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KBS의 늑장 자료제출을 이유로 모두 퇴장하는 바람에 파행을 겪었다. 여야는 개의하자마자 한바탕 입씨름을 벌인 뒤 정회했고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해 오후 들어 한나라당이 불참한 가운데 반쪽 회의가 열렸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심사를 해봐야 시정이 되지 않는데다 자료제출도 제대로 안된 마당에 들러리 심사를 할 이유가 없다"며 퇴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퇴장 직후 기자회견에서 "정연주 KBS사장의 사퇴이전에는 결산에 임할 수 없다"고 밝혀 진짜 이유가 KBS의 ‘편파방송’과 정 사장에 대한 불만임을 확인했다.
우리당도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 주장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고, 우리당 소속인 이미경 위원장 은 오후 회의를 강행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정병국 의원은 회의가 열리자 "국민혈세나 다름없는 수신료가 제대로 사용됐는지 효율적으로 감사해야 한다"며 "작년에 KBS가 638억원의 적자를 낸 것과 일부 직원의 공금 유용 등을 따져야 하는 데 자료를 안주면 어떻게 심사를 하겠느냐"고 다그쳤다.
이에 우리당 정청래 의원은 "자료 제출을 못한 경위를 듣기도 전에 심사를 못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내부 감사 자료가 사장에게 보고되기도 전에 야당의원에게 유출됐고, 일부 신문이 그걸로 기사를 썼는데 이는 KBS사장에 대한 탄핵 움직임이며, 작전세력처럼 KBS를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후 회의에서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한나라당의 결산거부는 KBS에 면죄부만 주는 것"이라면서도 "KBS도 시간이 없다고 했지만 문제가 되자 불과 두시간만에 자료를 만들지 않았느냐"고 양측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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