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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스타일 - 서울컬렉션 - 평가

입력
2005.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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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는 세계 빅3급 버금 내실은 아직도 빈약

◆ 통합컬렉션 주목

이번 울컬렉션에는 장장 10일에 걸쳐 모두 61명의 디자이너가 참가했다. 규모면에서 볼 때 세계 3대컬렉션으로 불리는 파리 뉴욕 밀라노에 결코 밀리지않는 수치다. 분산 개최됐던 스파컬렉션과 서울컬렉션이 일정은 물론 장소까지 통합했다는 것도 화제였다. 그러나 내실은 실망스러웠다. 백화점 위주의 국내 패션유통 현실상 제품수주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점은 일단 접자.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해외 컬렉션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보는 시대에 국제적인 컬렉션 시즌이 끝난 뒤 거의 한 달이 지나서야 열리는 행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더구나 소위 ‘그룹데이(Group day)’라는 이름으로 디자이너그룹간 세(勢) 과시성 일정 늘이기가 고질화한 것은 유감이다. 패션계 한 인사는 "중국이 아시아패션의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마당에 짧아도 내실과 수준을 갖춰 한국패션의 존재감을 높이는 패션행정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 편집매장도 컬렉션을 한다?

이번 컬렉션에서 취재기자들이 가장 의아해했던 것이 19일 패션쇼를 연 ‘씨컨셉’이었다. 씨컨셉은 현대백화점이 국내 신진디자이너들을 모아 신촌점에 문을 연 매장 이름이다. 문경래 조은미 홍은정 등 6명의 디자이너들이 참가하고 있지만 ‘씨컨셉’이라는 공동브랜드를 단 것이 아니라 각자의 브랜드를 한 데 모아놓은 편집매장에 불과하다. 물론 해외에서도 ‘돌체앤가바나’, ‘이미테이션 오브 크라이스트’ 처럼 디자이너가 두 명인 브랜드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단일 브랜드를 사용한다. 이러다 다음번엔 갤러리아의 ‘GDS’, 신세계의 ‘스튜디오블루’ 등 백화점마다 자사 매장 홍보차원에서 쇼 하겠다고 나서지 말란 법 없다. 일반 편집매장도 마찬가지다. 컬렉션 참가 자격에 대한 엄정한 기준이 필요하다.

◆ 스타마케팅의 명암

고현정 김희애 김지호 이영애 김정화 고두심 김종국 손태영 한예슬… 패션쇼를 보러 온 연예인들이다. 18일 지춘희씨 쇼 시작시간 5분을 넘긴 상태서 고현정이 나타나자 쇼장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진기자들로 아수라장을 이뤘다. 덕분에 쇼는 거의 30분이나 지난 상태서 시작됐다. 유니 박준형 노박사 김지혜…패션쇼에 모델로 선 연예인들이다. 다른 모델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워킹을 할 때 노박사는 특유의 함박웃음과 익살스런 표정을 자랑했고 V자를 만들어보였다. 관중의 환호는 대단했다. 연예인들로 활기를 얻는 것은 좋지만 대신 디자이너의 창의력이나 상품력에 대한 날카로운 평가의 장이어야 할 컬렉션은 고객초청 감사축제로 변질된듯했다.

◆ 넘어진 모델의 프로정신

19일 런던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디자이너 미치코 코시노의 패션쇼에서 벌어진 진풍경. 높이 22cm 하이힐을 신은 모델이 두 번이나 무대에서 그냥 고꾸라지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가까스로 일어난 모델은 갈짓자로 마구 벌어지는 발걸음을 추스려가며 퇴장했지만 다시는 무대위로 나오지못했다. 하이힐의 앞뒤 굽높이가 달라 발끝으로 간신히 걸어야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상태였다는 후문. 하기야 80,90년대를 호령했던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도 아찔한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무대에서 넘어진 적이 있다. 후들거리는 다리로도 끝까지 워킹을 멈추지않던 모델의 프로정신이 유난히 돋보였다.

◆ 패션쇼는 퍼포먼스가 아니다

독도영유권 분쟁에 대한 디자이너의 발언을 담았다는 이유로 관심을 모은 박종철씨의 쇼.밴디지 패션을 보여준 전반부의 시도까지는 좋지만 후반부 쇼는 갑자기 전위예술가의 퍼포먼스로 변질됐다. 태극기의 괘 모양을 응용한 드레스 차림의 여성들이 등장했고 마지막엔 여성이 등에 지고나온 흰색 천을 누군가 휙 낚아채자 태극문양이 보이고 애국가가 울려퍼지면서 남성 두명이 양쪽 자락을 잡고 마치 무용극의 한 장면처럼 함께 퇴장했다. 컬렉션에서 ‘작가’들의 퍼포먼스가 용납됐던 것은 90년대 중반까지다. 패션비즈니스의 중요성이 어느때보다 널리 인식되고있는 21세기 컬렉션을 행위예술화하는 것은 만용에 가깝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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