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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고려인 자치주’명칭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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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고려인 자치주’명칭 신중해야

입력
2005.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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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러시아의 협력관계가 진전됨에 따라 연해주에 한·러연해주농업개발협력지구가 건설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런 미래지향적 사업에 대한 양국의 근본 취지가 훼손되거나 충분한 성원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우려스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고려인이 모여 살게 될 거주지역에 대한 명칭 때문이다.

얼마 전 출범한 연해주농업개발협력지구 수립추진협의회는 ‘고려인 자치주’를 거론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자치주’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잘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그 위험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자치’라는 말에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립추진협의회의 유진각 상임대표는 ‘고려인자치주’ 거론에 대한 우려를 기우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소련 와해 이후 12개 공화국이 분리되면서 ‘자치’에 대한 부담은 갖고 있으나 연해주 한국인자치공동체 수립과는 지정학적 성격과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다. 유대표는 옐친대통령이 고려인을 중앙아시아로 내몬 스탈린의 정책과오를 인정하면서 1997년 연해주 고려인을 위한 ‘영토 없는 고려인문화자치주’를 선포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유대표의 주장대로 러시아에서 분리된 12개 공화국은 연해주한국인자치주와 역사적 성격과 배경이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가 ‘고려인자치주’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한·러연해주농업개발협력지구’란 용어는 발레리 수히닌 주한 러시아 부대사가 제안한 명칭이다. 러시아는 ‘자치주’라는 용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의 기류 역시 소수민족의 별도거주보다는 타민족과의 동거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유대표가 설명한 것처럼 ‘영토 없는 고려인 문화자치’ 선포 역시 소수민족의 문화, 전통, 언어, 학교, 종교 등을 존중하는 러시아 정부의 배려다. 그러나 누구도 이를 두고 ‘고려인 자치주’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영토와 행정개념이 없는 문화적 자치를 끌어들여 정치적 의미를 띠는 ‘자치주’로 부르는 것은 양국관계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민간협의체인 한·러연해주농업개발협력지구 추진협의회가 이 용어의 사용을 고집해 러시아 고려인이 불이익을 받을 경우 책임질 수 있을까. 어려울 것으로 본다. 재외동포의 안녕과 권익향상을 위해 애쓰는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으로서 러시아 고려인의 안정적인 정착과 미래설계를 위해 추진협의회가 ‘고려인 자치주’라는 명칭을 쓰는 것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한다.

이광규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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