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수술은 안전한 수술인가. 노인에게 가장 흔한 질병 중 하나인 백내장이 수명증가로 크게 늘면서 수술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흔히 백내장은 간단한 수술로 알고 있지만, 때론 실명 같은 돌이킬 수 없는 수술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눈이 잘 보이지 않아 백내장 수술을 받았는데, 오히려 시력이 나빠지게 되는 사례도 상당수이다. 좋은 수술결과를 얻기 위해 환자가 고려해야 할 점들을 이진학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대한안과학회 이사장), 김응권 연세대의대 교수(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 회장)로부터 알아본다.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o.kr
◆ 백내장 수술 시기는 언제가 적당합니까?
이진학 안경 쓴 시력이 0.5이하로 떨어지거나, 일하는데 지장이 있다고 생각하면 수술을 권합니다. 또 0.3이하면 모든 경우에 수술을 받도록 합니다. 시력이 어느 정도 떨어지느냐는 혼탁이 생긴 위치나 정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백내장은 급하게 수술을 필요로 하는 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동공이 하얗게 될 때까지 수술을 안하면 염증이나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고, 수술하기가 더 어렵게 될 수 있습니다.
김응권 1980년대 초 제가 레지던트였을 때만해도 백내장 수술은 그리 경과가 좋은 수술이 아니었고 따라서 시력이 0.2이하로 떨어졌을 때야 수술을 받았지요. 동공이 희게 돼 소위 백내장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게 했으나, 최근 들어선 수술방법이 달라져 과거에 비해 비교적 빨리, 정확히 수술을 하는 실정입니다. 저의 기준은 0.4입니다.
50세가 넘으면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백내장이 시작되지만 일상생활에 불편이나 지장이 없다면 반드시 백내장 수술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백내장이 있어도 시력이 좋은 사람은 수술 받을 필요가 없지요. 하지만 본인의 직업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수술 후 시력을 더 나빠지는 경우도 있습니까. 시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까.
이 수술 후 망막 박리가 100명중 3~4명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고도근시나, 당뇨망막증인 경우 망막출혈, 망막부종 등 증상이 잘 발생할 수 있으며 백내장 수술 후 경과도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75세 이상 고령인 경우, 고혈압, 포도막염, 시신경위축, 녹내장 등이 있는 경우에도 수술 후 시력 회복속도가 느리고, 또 결과도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 백내장 수술은 비교적 합병증이 적은 수술이긴 하지만, 감염에 의한 안내염(눈 속 부위에 모두 염증이 생겨 고름으로 차는 병)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실명까지 당할 수 있습니다.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거나 호르몬제를 쓰는 경우, 알코올 중독자 등 저항력이 약한 환자들에게 감염이 잘 생길 수 있습니다. 심장이 나쁜 경우도 지속적으로 각막 손상이 생기면서 수술 시 각막부종, 망막 박리 등이 잘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백내장 수술은 나이 제한은 없습니까? 80세가 넘은 경우 수술 받는 게 과연 좋을까요.
김 96세 할머니에게도 수술은 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저는 언제 돌아가실지 모를 정도로 연로한 경우에도, 환자 눈의 상태가 성공률이 낮은 경우일지라도, 다른 방법이 없을 때는 위험을 무릅쓰고 되도록 수술을 해드립니다. 눈이 보여야 혼자서 화장실에 갈 수 있고, 밥도 혼자 힘으로 떠먹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환자나 환자 보호자들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협조해 주어야 사실 의사도 마음 놓고 수술에 임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어떤 질환이 있을 때 백내장 수술을 받지 못합니까.
김 기본적으로 어느 경우에도 백내장 수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단지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다면 수술 전 혈당치나 혈압을 잘 조정한 후 수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 중심성 망막염이란 무엇인지요. 얼마 전 80세 넘은 여자 환자분이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 갑자기 시력을 잃었는데, 중심성 망막염이란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김 망막엔 혈관이 없으므로 갑자기 무리하게 수술을 받았을 경우 망막에 물이 차면서, 망막부종이 일어날 수 있다. 석 달 정도 지나면 다시 시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 인공수정체 돗수는 어떻게 정해지나요
이 인공수정체 돗수는 40세 이상인 경우는 정상안을 목표로 돗수를 삽입하게 되며, 이 경우 수술 후 먼곳은 잘 보이지만 신문 볼때는 수술전과 마찬가지로 돋보기를 착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양쪽 눈에 근시(맨눈으로 가까운 곳은 잘보이나 먼 곳이 잘 안보이는 것)가 있었던 경우는 수술 받는 한쪽 눈을 정상안으로 하면 양안의 차이로 불편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경우는 양안이 비슷한 근시가 되도록 근시 돗수를 가진 인공수정체를 삽입하게 되며, 이 경우 수술 후 가까운 곳은 잘 보이지만 멀리 볼때는 맨눈으로 잘 안보이고 수술전과 같이 근시안경을 써야만 잘 보입니다. 다만 환자가 근거리 작업보다는 먼곳이 잘 보이는 것을 원할 때에는 정상안이 되는 돗수의 인공수정체를 삽입, 맨눈으로 멀리까지 잘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 다시 수정체 낭에 다시 혼탁이 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경우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합니까.
이 백내장이 다시 생긴 것이 아니라, 인공수정체를 넣기 위해 수정체 낭의 앞부분을 떼어낸 후 혼탁해진 수정체 내용물을 제거하고, 남은 수정체 낭속에 인공수정체를 끼워넣게 되는데, 이때 남겨 놓은 수정체 낭에 다시 혼탁이 생기는 것입니다. 환자의 나이가 40세 이하로 젊거나, 당뇨 등 전신질환 및 포도막염 같은 안과질환이 있을 경우 잘 발생합니다. 외래에서 간단한 레이저 치료만으로 시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드물게 레이저 치료 후 안압이 올라가거나 망막에 손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안압이 올라가는 경우엔 대부분 약물로 치료되지만, 망막에 손상이 생겼을 경우엔 망막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김 인공수정체를 끼워 넣은 수정체 주변부 일부에 수정체 상피세포가 왕성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수정체 후낭에 박막이 생기면서 다시 혼탁이 오는 것입니다. 후낭 혼탁은 환자가 60대 이전이거나 당뇨가 있는 경우 약 30%에서 생길 수 있습니다.
◆ 수술 당일 주의할 점은?
이 수술 당일날은 평소 복용하던 약 외에는 아침과 점심을 먹지 말아야 하고, 음료수도 되도록 마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수술 도중 또는 수술 후 음식으로 인해 토하게 되면 몸에 힘이 들어가 눈 속에 피가 나서 수술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어 이것을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수술시간은 약 20분 전후나 미리 내려가서 기다리고 마취하고 또 병실에 올라올 때까지 대기해야 하는 관계로 1시간 정도 입원실을 떠나 있게 됩니다. 그러나 당뇨 고혈압 등 전신질환이 있거나 이미 다른 수술을 받았던 눈에서는 수술시간이 30분에서 1시간 이상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 수술 후 환자가 주의할 점은 무엇입니까. 특히 균 감염 등을 예방하기 위해 환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김 흔히 한시간 내 수술을 끝낼 수 있다고 자랑하는 의사들이 있는데 나는 이는 과잉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백내장 수술은 안구 안에서 수술이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24시간에서 3일 정도는 입원이 필요합니다. 수술 후 3주간은 세수할 때 눈에 손이 닿거나 물 또는 비누가 들어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보통 하던 세수방법보다는 눈을 피해 얼굴을 닦도록 해야 하며 머리도 뒤로 누워서 감겨줘야 합니다. 샤워는 하지 않거나 조심스레 목 아래로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목욕도 탕 안에 들어가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이 퇴원 후 약 7일 정도는 외출을 삼가고 그 후는 출근과 운전은 가능하나 2주정도는 심한 운동 여행 사우나 성생활 등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술은 언제부터 마실 수 있나요? 안대착용이 답답한데 하지 않아도 되나요?
이 술은 수술 후 두달이 지나서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수술 후 한달 이내에 밤을 새우거나 감정이 격해지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이를 뽑는다거나 다른 수술을 받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500명중 한명은 수술이 아무리 잘 되었어도 무의식적으로 눈을 만져서 눈 속에 균이 들어가 안내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균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환자가 아무리 주의를 한다 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절대 한달 동안은 눈에 손을 대거나 몸 등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밤에 잘 때 자신도 모르게 눈을 비비는 수가 있으므로 반드시 철제 안대를 수술후 3주 동안은 부착하는 것이 좋습니다. 낮에는 답답할 수 있으므로 돗수 없는 보안경을 사용하고, 밤에만 철제 안대를 대는 것도 좋습니다.
■ 백내장이란
맑고 투명하던 우리 눈의 수정체(렌즈)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뿌옇게 흐려지고 혼탁이 생긴다. 초기엔 안개가 낀 것처럼 보이거나 물체가 겹쳐 보이기도 하지만, 백내장이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시력도 떨어지게 된다. 혼탁해진 수정체를 원래 투명한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일한 방법은 뿌옇게 흐려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투명한 인공수정체로 바꾸는 일이다. 수정체 낭 속에 인공수정체를 끼워넣는 방법은 초음파를 이용할 경우 3~4mm만 절개해도 이 절개부위를 통해 백내장을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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