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이 가까워졌다. KTX에 이어 수도권 전철이 최근 충남 천안까지 개통된 까닭이다. KTX로 서울역에서 천안아산역까지 40분, 전철을 이용해도 천안까지 1시간20분이 걸리지 않는다. 수도권의 개념이 연장된 셈이다. 덕분에 혜택을 받는 관광지가 생겼다. 충남 아산지역이다. 아산은 온양, 도고 등 국내 내로라하는 온천으로 이름난 곳이었다. 이순신 장군의 생가와 묘소가 있고, 그의 위패를 모셔놓은 현충사가 있다. 온천시설의 노후화, 수학여행의 단골코스라는 선입견 때문에 구식 관광지로 인식된 것도 사실. 하지만 달라졌다. 화려한 식물원이 문을 열었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산사와 민속마을을 품고 있다. 첨단시설을 갖춘 온천도 가세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 아산세계꽃식물원
전국이 꽃잔치로 들썩인다. 다양한 꽃을 모아놓은 식물원이 제철을 만났다. 수많은 식물원이 있지만 아산세계꽃식물원은 화려함으로 치자면 최상급에 속하는 곳이다. 지난 해 3월 문을 열었으니 1년 남짓 지났지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관광객이 적지 않다. 꽃식물원은 원래 지역 화훼업자들이 일본수출을 위해 꽃을 재배하던 곳이었으나 지난 해 3월 테마별로 묶어 개장했다. 4,500평 규모의 대형 유리온실과 야외공간까지 합쳐 1만4,000평 규모에 조성된 꽃 종류만 1,000여종. 낱개로는 1,000만 송이가 넘는다. 대부분 전시공간이 실내에 마련돼있어 계절에 관계없이 화사한 꽃을 감상할 수 있다.
꽃을 담은 그릇은 투박하지만 꽃 자체로는 더없이 화려하다. 특히 튤립, 수선화, 카라, 아마릴리스, 베고니아 등 유럽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꽃들이 빚어내는 색의 조화는 현란하기까지 하다. 4월에서 5월로 넘어가는 지금 튤립, 수선화, 동백, 카네이션, 베고니아, 카라 등이 쉴 새 없이 피었다 진다.
원예관련 창업이나 애호가를 위해 원예업자들이 정원이론과 시공관리에 대한 학습과 실습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초중생들을 위한 식물키우기 및 꽃을 이용한 천연염색, 압화만들기 등 체험학습도 가능하다. 식물원에서 나는 꽃으로 버무린 비빔밥, 꽃김밥, 꽃주먹밥은 별미. 성인 6,000원, 어린이 4,000원. 입장료에 미니꽃화분 교환권이 포함돼있다. (041)544-0746~8.
◆ 봉곡사
일년중 며칠동안 반짝 빛을 내다 사라지는 봄꽃과는 달리 사시사철 제 빛을 잃지 않는 것이 소나무이다.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봉곡사 가는 길에 자리잡은 소나무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주는 감동의 극한을 보여준다. 지난 해 산림청과 생명의 숲 국민운동이 주최하는 아름다운 천년의 숲으로 지정된 곳이다.
입구에서 진입로를 따라 1km 조금 못 미치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온 몸을 감싸는 피톤치트향에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춤추듯 구비치는 아름드리 나무들의 부조화속의 조화가 멋들어지게 이어진다. 나무 밑둥에 깊게 패어진 V자형의 홈은 2차 대전 당시 전투기의 연료로 쓰이는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일제가 소나무껍질을 벗겨낸 자국이다. 일본의 독도영유권주장과 역사왜곡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시기라 생채기가 주는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진다. 솔숲이 끝나는 지점에 서있는 봉곡사는 신라 진성여왕(887년)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봉황(鳳)의 머리(首)를 닮았다는 봉수산 자락에 있다. 대웅전, 고방, 산신각 등 건물 3개에 불과한 자그만 절이지만 조용하고 호젓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 외암리민속마을
예안 이씨의 집성촌이다. 조선 명종때 예안 이씨 일가가 낙향, 집성촌을 이뤘으니 400년도 더 된 마을이다. 이태형, 이이병, 이의현, 이장현 등이 과거를 통해 벼슬자리에 오르며 명문마을로 자리잡았다. 6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지금도 예안 이씨들이 절반이상을 차지하며 대부분 집들도 옛날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외암 이간선생이 출생한 건재고택의 안뜰은 전형적인 양반집의 아담한 정원형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현존하는 고택중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손꼽힌다. 마을 전체를 감싼 나지막한 돌담도 운치를 더한다. 담장 길이만 5km를 넘는다. 담장과 어우러지는 봄꽃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안동 하회마을, 순천 낙안읍성에 비해 유명세를 덜 타 영화촬영지로도 자주 활용되고 있다. ‘취화선’ ‘태극기 휘날리며’ ‘장길산’ ‘야인시대’ 등이 이 곳을 배경으로 찍었다.
최근에는 마을 주민들이 팜스테이(Farm Stay)프로그램을 운영, 관광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전통 두부만들기, 떡메치기, 제기차기 등 놀이와 모내기, 콩, 호박심기, 나물채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행사에 참여하면 전통고가에서 하룻밤을 청할 수도 있다. (041)541-8048.
아산=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 아산 여행팁
●최근 충무공 이순신장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뜨거워지면서 아산으로 여행코스를 잡는 관광객의 발길도 늘고 있다. 아산시는 충무공 탄신일인 28일을 전후한 27일~5월1일까지 현충사일대에서 '아산 성웅 이순신축제'를 개최한다. 행사에 맞춰 거북선이 곡교천을 떠다닌다. 행사기간동안 관광객을 위한 승선체험도 마련된다. 말타기 활쏘기 대회와 씨름대회, 병영순찰 등 충무공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행사들이 준비된다. ●KTX 천안아산역에서 21번 국도를 따라 15km가량 직진하면 현충사와 만난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천안IC에서 남부우회도로를 거쳐 21번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음식은 현충사 인근의 한정식집 방수마을(041-544-3501)이 권할만 하다. 2~3년 묵은 간장과 된장으로 맛을 낸다. 배추김치, 무김치 등도 2~3년 묵혀 맛이 다르다. 무, 마늘장아찌 등 밑반찬에 누룽지탕, 돼지수육 등 반찬만 20여가지가 나오는 된장한정식(사진)이 1인분에 1만원. ●동양 최대규모의 온천 아산스파비스는 전철 천안 두정역에서 스파비스까지 왕복 셔틀버스와 온천입장료를 포함, 1만6,000원에 판매중이다. (041)539-2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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