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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8개 계열사 등기이사직 사임"/ 집단소송제 대비한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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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8개 계열사 등기이사직 사임"/ 집단소송제 대비한 포석?

입력
2005.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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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전자를 제외한 8개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모두 사임키로 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21일 "이 회장은 지주회사격인 삼성에버랜드에 이어 이달 말까지 나머지 7개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날 계획"이라며 "대신 그룹의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 경영에 전념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1999년을 전후해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물산, 제일모직, 호텔신라 등 6개 상장사와 에버랜드, 삼성코닝 삼성재팬 등 3개 비상장사 등 모두 9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맡아왔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그룹 오너의 경영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등기이사 등재를 유도했다.

이 회장의 계열사 등기이사직 사임은 여러 포석을 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삼성은 일단 피 투자기업의 손익을 지분 만큼 반영하는 지분법에 따라 회계 처리가 복잡해져 이로 인한 인적, 물적 낭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삼성에 따르면 재벌 오너가 계열사 등기이사로 등재되면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해당돼 지분율이 20%를 넘지 않아도 지분법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A사의 대주주가 B사의 지분을 5% 가진 상황에서 B사의 등기이사가 되면 B사의 손익을 A사의 회계에 5% 만큼 반영해 처리해야 한다.

삼성은 또 "이 회장은 등기이사로 등재만 돼있을 뿐 이사회 참석 등은 하지 못했다"며 "형식적인 등기이사 보다는 그룹 회장으로서 경영에 관한 실질적인 책임을 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경영인 책임 체제를 강화해 기업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도 있다고 삼성측은 덧붙였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재계 일각에서는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경영권 승계작업 가속화, 집단소송법 도입에 따른 책임 가중 등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상무는 에버랜드의 지분 25.10%를 확보, 삼성카드(지분율 25.64%)에는 못 미치지만 실질적인 1대 주주다. 이 상무가 에버랜드의 경영권만 확보하면 계열사를 직·간접적으로 거느릴 수 있어 이 회장의 등기이사직 사퇴는 이 상무의 운신의 폭을 넓혀 주기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재계 관계자는 "등기이사를 맡든 안 맡든 현실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 집단소송제가 시행되자 등기이사직을 사임한 것은 향후 소송 책임을 면하려는 차원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환란 이후 재벌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핵심인 ‘지배주주의 책임성 강화’ 원칙을 훼손하는 것일 뿐 아니라 참여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삼성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 관련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면서 "이 회장은 99년 6월 삼성자동차 부도 당시 등기이사도 대주주도 아니었지만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내놓아 하청업체 등을 도왔다"며 "경영과 관련된 모든 법적, 도의적 책임은 회장이 지게 된다"고 반박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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