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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리 가보셨나요/ 백운호수 일주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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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리 가보셨나요/ 백운호수 일주도로

입력
2005.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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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백운산에 걸친 흰 구름이 비치고, 밤이면 청계산에 걸린 달이 뜨는 곳이 바로 백운호수죠. 이만큼 고즈넉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경기 의왕시 학의동 일대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백운(白雲)호수는 이름 만큼이나 곱다. 1953년 안양 평촌 일대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대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된 이 호수는 둘레가 4.3㎞(순환도로 기준), 면적은 11만평에 달한다. 특히 1970년대초 이 일대가 그린벨트로 묶이면서 개발이 제한된 탓에 지금도 맑은 물과 깨끗한 주변환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봄비라도 내리고 나면 그 상쾌함에 저절로 고개를 주억거리게 될 정도다.

이곳에 카페나 식당이 하나둘씩 들어선 것은 90년대 중반부터다. 인근 과천과 평촌, 산본등 신도시 주민들이 즐겨 찾으면서 이들을 상대로 하는 곳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97년 의왕시가 백운호수 일주도로를 건설하면서 편리해진 교통 탓에 카페, 음식점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고 지금은 80여개에 이른다.

99년 문을 열어 카페 중에서는 제법 맏형에 속한다는 ‘킴스 캐빈’의 이대근(50)씨는 "백운호수는 수도권 최고의 데이트 코스로 손색이 없다"면서 "호수를 한바퀴 돌고, 분위기 있는 카페나 식당에 들른 뒤 저녁 때 입구에 있는 자동차극장에서 영화라도 한 편 보면 정말 멋진 추억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수 안쪽에 위치한 ‘마론’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악어 고기를 취급한다. 파푸아뉴기니에서 거주하다 귀국한 조중환(57)씨가 스테이크로 요리해 내놓는다. 조씨는 한 달쯤 후부터는 현지 스타일 그대로의 악어 바비큐 요리를 소개할 작정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사포레’와 ‘올라’, 프랑스 풍의 ‘톨레랑스’, 캐나디언 랍스터를 내놓는 ‘하루’, 회화 조각 도자기 등을 전시한 갤러리 카페 ‘모퉁이’ 등도 다양한 음료와 주류, 식사를 제공하는 분위기있는 곳들로 꼽힌다.

한국식당도 곳곳에 눈에 띈다. 송이버섯 전문집인 ‘송이향’, 깔끔한 한정식집 ‘담지원’, 퓨전한식집 ‘토브’가 맛과 경관을 자랑한다. ‘이조식당’ ‘형제식당’ 등 처음부터 이곳을 지킨 영양식 판매점도 세월처럼 두터운 맛을 뽐내며 호수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을 찾는 이들은 자연이 무엇을 편애하지 않는 것처럼 10대에서 40, 5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젊은 연인들은 아무래도 계곡 안쪽에 위치한 저렴하면서도 분위기 있는 곳을 선호한다. 라이브카페들도 10여 개 들어서 한때는 제2의 미사리 카페촌으로 불릴 정도였지만 최근의 불황 탓에 지금은 절반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 카페 주인은 "그렇지만 쇠락을 걱정하지는 않는다"며 "목련과 벚꽃, 철쭉의 색깔과 향기로 봄기운이 물씬해지고 호수의 물비늘이 햇살에 반짝이는 요즘 같은 계절이면 한번 이곳을 찾았던 이들은 어떤 기운에 이끌리듯 이곳을 또 찾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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