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간연구원 등에서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이 해소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지난해 12월 결산법인의 실적을 토대로 주가를 비교한 결과 저평가 현상이 오히려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사상 유례 없는 수출 호황으로 기업들의 순이익은 대폭 증가한 반면 주가는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21일 증권선물거래소가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산정한 KOSPI200지수 구성종목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7.12배(19일 기준)로, 2003년의 14.34배에서 크게 낮아졌다.
미국 다우30(21.07배), 영국 FTSE100(14.97배), 일본 닛케이255(13.64배) 등 해외 주요지수 구성종목 PER의 절반에 불과한 셈이다. 홍콩 항생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의 PER도 각각 14.40배와 17.15배로 우리나라보다 크게 높았다.
자산가치에 대비 주가 수준도 매우 낮았다.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한 유가증권시장 전체(자본잠식 및 관리종목 제외)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16배로 전년의 1.32배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특히 전체 기업의 72%는 PBR이 1배에도 못 미쳐, 상장사 10곳 중 7곳의 시장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상장사들의 수익성 향상으로 배당금이 전년에 비해 40% 이상 증가, 배당수익률은 0.65%포인트 상승한 2.58%를 기록했다. 이는 호주(5.10%) 영국(3.80%) 홍콩(3.79%) 프랑스(2.90%) 등에 비하면 아직 낮지만, 일본(0.92%)이나 중국(1.17%) 등보다 훨씬 높고 미국(2.67%) 독일(2.59%)에 근접한 수준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저평가에 따른 가격 이점과 배당수익률 향상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KOPSI200 종목군 중에서 PER이 가장 낮은 종목은 세아제강으로 1.79배에 불과했고, 이어 한국철강(1.98배) 동국제강(2.02배) 대한유화공업(2.17배), 비앤지스틸 (2.21배) 동부제강(2.48배) 등의 순으로 낮았다. 지난해 중국 수요로 큰 수익을 올린 철강·금속업종의 저평가가 두드러진 것이다. P BR가 가장 낮은 종목은 효성(0.19배)이었으며, 쌍용양회(0.23배) 아세아시멘트(0.23배) 코오롱(0.23배) 일신방직(0.24배) 등이 뒤를 이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대표지수 코스닥50 종목군의 PER가 12.2배로 전년의 19.6배에 비해 낮아진 반면, 배당수익률은 1.1%로 0.1%포인트 상승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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