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채널, 나아가 케이블 방송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까. 유료방송 콘텐츠 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CJ미디어(대표 강석희)가 5월2일 케이블TV에 독점 공급하는 새 애니메이션 채널 ‘챔프’를 개국, 업계 1위인 온미디어 추격에 나선다.
챔프의 주 타깃층은 4~12세 어린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일본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을 비롯해 국내외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방송하는 ‘시네마클럽’(토·일 오후 8~12시), 월트디즈니의 어린이오락 채널 ‘JETIX’의 콘텐츠를 독점 방송하는 ‘제틱스클럽’(평일 오전 9~11시, 오후 1~2시) 등 블록을 나눠 24시간 방송한다. ‘이누야사’ ‘카드캡터 체리’ 등 타 채널에서 방송돼 폭발적 인기를 끈 작품은 물론, ‘강철의 연금술사’(2003·일본) ‘울라불라 블루짱’(2004·KBS) 등 케이블TV에 처음 소개되는 국내외 최신작까지 망라하고 있다.
CJ미디어는 챔프를 케이블에만 주는 대신, 기존 채널 애니원은 위성에만 내보내기로 했다. ‘플랫폼간 차별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은 광고수입을 좌우하는 보급형 상품에 자사의 채널을 여럿 포진시키는데 성공한 온미디어의 전략을 답습한 것이다. 온미디어는 이른바 ‘케이블 온리(Only)’ 전략을 통해 시청점유율을 지난해 30%대로 끌어올린 반면, CJ미디어는 투니버스 1개 채널과 비슷한 10% 안팎에 머물렀다. 매출액도 온미디어 1,750억원, CJ미디어 655억원으로 격차가 컸다.
강 대표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프로그램의 질이 좋아도 광고를 확보하지 못하면 죽는다"면서 "살아남기 위해 ‘케이블 온리’ 전략을 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 효과는 대단했다. 챔프는 애니원의 가입자 570만 가구를 포함해 무려 800만 가구를 확보했다. 신규 채널로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CJ의 또 다른 주력 채널인 XTM의 가입자도 덩달아 200만 가까이 늘어 1,000만 가구를 돌파하는 성과를 얻었다.
온미디어에 이어 CJ미디어가 ‘케이블 온리’ 전략에 매달림에 따라, 소규모 채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최근 XTM 등 채널 공급 중단을 놓고 CJ미디어와 충돌했던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위기감도 높아졌다. 챔프의 등장은 이래저래 유료방송 업계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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