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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패밀리 - 아이와 함께-삼성어린이박물관 "키즈클럽-큐레이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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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패밀리 - 아이와 함께-삼성어린이박물관 "키즈클럽-큐레이터단"

입력
2005.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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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담장이나 벽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려면 벽돌쌓기를 직접 해볼 수 있게 하는 게 좋겠어요."

"기중기의 도르래 속도가 너무 빨라요. 벽돌을 실은 바구니가 확 내려오면 밑에 있던 아이들이 다칠 수도 있잖아요."

"아이들이 바구니에 올라타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어린이용 전시물에 대한 꼼꼼한 평가를 하고있는 사람들은 전문 박물관 큐레이터가 아닌 동갑내기 이동재(12·서현초5)와 송윤지(12·풍성초5)다. 둘은 지난 1년간 귀중한 경험을 했다. 삼성어린이박물관에서 운영하는 ‘키즈클럽- 어린이 큐레이터단’ 멤버로 이 박물관의 다양한 전시물을 함께 기획하고 평가하는 일에 참가한 것이다.

특히 올해 개관10주년 기념전으로 마련된 ‘우리집은 공사중’ 전시는 윤지와 동재를 포함한 어린이 큐레이터 20명의 ‘눈높이’ 지적이 전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쌓기놀이를 좋아하는 아동기 특성이 반영된 것은 기본. 플라스틱 벽돌이지만 맞아보니 아프더라는 의견이 나와 좀 더 말랑하게 만들었다. 벽돌이나 다양한 골재를 실어 나르는 기중기 속도는 애초에 간단한 기기 조작으로 ‘휙’ 오르내리던 것이 아이들의 지적에 따라 안전사고를 최소화하도록 천천히 움직이게 조정됐다.

박물관이 추진중인 기존 느낌표 모양의 MI(Museum Identity)개선작업에도 어린이 큐레이터들의 의견이 가장 먼저 접수됐다. 박물관측이 제시한 아이디어는 ‘박스’와 ‘손’ 모양. 동재와 윤지는 각각 ‘박스는 너무 단조롭지만 손은 손바닥을 중심으로 손가락이 확 펼쳐진 게 가지가 뻗어나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손은 부드럽고 친근감이 있다’는 이유로 ‘손’ 모양에 한 표를 던졌다. 윤지는 ‘너무 갑작스럽게 변하면 사람들이 다른 박물관으로 착각할지 모르니 손과 느낌표를 같이 사용하는 등 방법이 필요하다’는 사뭇 어른스러운 제안도 내놓았다.

이밖에도 꼬마 큐레이터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박물관 학예사들을 즐겁게 했다. 우주공학자가 꿈인 동재는 ‘블랙홀 체험전’ 아이디어를 내면서 특수조끼를 입고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유치원교사가 되고싶다는 윤지는 ‘장래희망 맛보기’ 전시회를 열고 의사나 변호사 아나운서 등의 옷을 직접 입어보고 사진도 찍으면 재미있겠다는 기획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 박물관 곽신숙 학예사는 "초등학생들도 벌써 미래의 직업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걸 알고 상당히 놀랐다"면서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만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어린이 큐레이터들을 통해 새삼스럽게 깨닫는다"고 말했다.

1년이면 4,5차례 정기모임을 갖는 큐레이터 활동은 아이들을 부쩍 크게 만들었다. 동재는 "이렇게 여러 생각들이 모여서 전시가 이루어지는구나 알게돼서 기쁘다. 전에는 나만 옳다고 주장했는데 이젠 서로 생각을 주고받으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윤지는 "박물관안은 음식물 반입금지인데 아이들이 아닌 엄마들이 몰래 가방속에 먹을 걸 숨겨와서는 여기저기 음식 부스러기를 흘려 속상하다"고 말해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삼성어린이박물관의 키즈클럽-어린이 큐레이터단은 매년 4월 중순 가입신청을 접수, 5월 5일에 신규발족식을 갖는다. 동재와 윤지는 올해도 큐레이터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윤지는 "내 생각이 여러 사람들이 보는 전시물에 조금씩 반영된다는 게 자랑스럽고 기쁘다"고 말했다. 문의 (02)2143-3600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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