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 고령으로 교황에 오른 베네딕토 16세의 병력이 공개되면서 얼마나 오래 교황직을 수행할 수 있을 지를 두고 교회 안팎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교황 구도까지 언급하고 있다.
콘클라베 개회 이틀 전인 16일 78세 생일을 맞았던 베네딕토 16세는 클레멘트 12세 이후 275년만의 최고령 교황이다. 58세에 교황이 돼 26년간 왕성히 활동한 전임 요한 바오로 2세와 크게 다르다.
베네딕토 16세는 선출 직후 콘클라베 추기경들에게 "짧은 재위 기간 동안 평화의 사도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형 게오르그 라칭거 신부도 교황직이 고령의 동생에게 짐이 될 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21일 보도했다. 새 교황이 수면 장애를 겪고 있는 등 허약한 체질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재위 기간이 10년을 넘지 못하고 수년에 그칠 가능성마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교황은 1990년대 초반 두 차례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91년 9월 출혈성 뇌졸중으로 한때 시력에 문제가 생겼고, 92년 8월 이탈리아 알프스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욕실 난방기에 부딪쳐 의식을 잃기도 했다. 바티칸은 교황의 건강 문제에 관해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공식 언급을 피했으나, 교황의 비서를 지낸 요제프 클레멘스 주교를 비롯해 추기경들은 그가 나이에 비해 건강한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나이가 교황직 수행에 부담이 되리라는 걱정은 끊이질 않고 있다. AP통신은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치적을 마무리하는 과도기 교황으로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 통신은 비(非)이탈리아 출신 교황이 잇따라 선출된 것으로 미뤄 다음 콘클라베에서는 세계 가톨릭 신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라틴아메리카 출신 교황이 배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성급한 관측도 내놓았다.
한편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을 국무장관에 재임명하는 등 요한 바오로 2세 시절 임명된 교황청 각료 전원을 유임시켰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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