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은 예전에는 매우 드물었지만 최근 많이 늘어나는 질환입니다. 설사, 복통, 식욕부진, 오심, 구토, 열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가 호전되기를 반복하는 염증성 만성 장질환입니다.
이런 증상이 악화되는 급성기에는 통증이 심해 먹지도 못합니다. 이로 인해 체중감소와 영양불량, 성장부전 상태가 됩니다. 더구나 크론병은 대개 15~30세의 청소년과 젊은 어른에게 많이 발생하므로 환자들이 심하게 짜증내고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집니다.
크론병 환자들의 식사패턴을 살펴보면 삼겹살, 갈비, 자장면, 라면, 햄버거, 프라이드치킨 등과 같은 고지방식품을 많이 먹습니다. 그러나 잘 먹지 못하는 음식은 환자마다 상당히 다릅니다. 따라서 포인트는 개인별로 증상이 심한 식품을 제한하면서 같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대체식품을 먹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증상이 나타나는 식품을 완전히 먹지 않으면 영양이 결핍되기 때문입니다.
환자 중에는 생야채와 과일을 먹어 설사와 혈변 증상이 악화되는 것처럼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한 급성기에는 과일 주스나 과일 통조림처럼 섬유질이 적은 과일을 들면 됩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야채나 과일을 먹지 않으면 비타민 결핍이 됩니다.
또한 흰 우유를 먹으면 급성기에 복통과 함께 설사를 유발하기도 하나 호전되면 마실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아직 성장기인 어린 학생이 많으므로 우유를 완전히 먹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일반 흰 우유 대신에 초콜릿 우유나 바나나 우유 등을 대체해 마시거나 요구르트를 먹는 것도 도움됩니다.
그리고 지방이 많은 삼겹살이나 갈비를 먹은 뒤 통증이나 불편을 느껴 육류를 지나치게 제한하면 빈혈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혈변을 보는 경우 빈혈이 더 심해질 수 있는데 이때 기름기가 적은 살코기를 적절히 먹는 것이 좋습니다. 소량씩 자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최근 생선 기름에 많이 함유돼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의 항염증작용이 보고되면서 많은 질문을 받습니다. 아직까지 장기적 효과에 대해 연구가 필요하므로 별도의 오메가3 지방산으로 보충하는 것 보다 생선류를 1일 1회 이상 먹는 것이 좋습니다.
얼마 전 29세 남자 환자가 크론병으로 소화기 출혈이 합병돼 중환자실로 입원했습니다. 크론병 진단 이후 식사섭취에 심한 두려움으로 육류, 과일, 야채 섭취를 거의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증상이 좋아져 모든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설명해주었고, 증상이 악화되는 음식은 대체음식을 추천함으로써 하루 섭취 식품이 많이 늘어나 퇴원하였습니다.
일반적인 크론병 식사지침을 살펴보면 첫째, 급성기 동안을 제외하고는 식사를 금지하지 말고, 가급적이면 개인 적응도에 따라 식품을 먹도록 합니다. 둘째, 충분한 양의 열량과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해야 하며, 소량씩 자주 먹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셋째, 지방변을 보는 경우 지방 섭취량을 줄이고, 부족한 열량의 늘리기 위해 화기능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중쇄중성지방(MCT오일)을 먹도록 합니다. 넷째, 소장이 협착되거나 장폐쇄 위험이 있으면 섬유소 섭취를 줄이도록 합니다. 다섯째, 비타민 및 무기질 결핍을 막기 위해 영양보충제를 먹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조영연 삼성서울병원 영양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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