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선자금 사건과 분식회계 등에 연루된 정치인과 경제인에 대한 사면·복권을 적극 검토하는 데는 국민 통합과 화해라는 명분이 자리잡고 있다. 광복 60주년이라는 연대기적 의미에 맞춰 과거의 멍에를 벗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5·15 석탄일과 8·15 광복절로 나눠 2단계 사면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단계적 사면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는 정치인과 경제인을 일괄해서 사면할 정도로 국민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선 석탄일에 경제 살리기를 내세워 분식회계, 대선자금 사건 등에 관련된 재계 인사들을 사면해 여론의 부담을 일차로 완화한 후 광복절 때 대선자금 연루 정치인을 사면·복권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석탄일의 경제인 사면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인사들이 경제인 조기 사면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도 청와대가 적극 검토하고 있는 배경 중 하나다.
하지만 법무부 등 정부 내에서도 "석탄일 사면을 단행하기는 시간적으로 촉박하다" "각계 인사들이 모여 반부패 협약을 체결하자 마자 경제인을 사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또 "외환위기를 초래한 경제사범들을 사면하는 것이 경제 살리기에 꼭 필요하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도 이런 점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석탄일 사면을 추진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8·15 광복절에나 검토할 수 있다"고 일단 한 자락을 깔고 있다.
현재 사면·복권 대상으로 검토되는 경제인으로는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강유식 LG그룹 부회장, 신동인 롯데쇼핑 사장 등 20여명에 이른다. 해외 도피 중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이번 대상에서는 빠질 가능성이 높다.
8·15 사면이 이루어질 경우 대상 정치인은 불법 대선자금사건에 연루됐던 정대철·이상수·이재정·신상우 전의원과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씨 등 여권 인사들과 야권의 서청원·김영일·최돈웅·신경식·박상규·박명환 전 의원, 서정우 변호사,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등이다.
조경호기자 sooy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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