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초 오대산 상원사.
일본 조동종(曹洞宗)의 명승 사토가 찾아와 한암(漢岩·1876~1951·사진)스님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大義)입니까."
조용히 앉아 있던 한암은 안경집을 들어보였다.
사토가 다시 물었다.
"스님께서는 젊어서 입산해 지금까지 수도해왔으니 말년의 경계와 초년의 경계가 같습니까, 다릅니까."
한암은 잘라 말했다.
"모르겠노라."
1920년대 초 봉은사 조실로 있다가 서울을 떠나면서 "천고에 자취를 감춘 학이 될지언정, 말 잘하는 앵무새의 재주는 배우지 않겠노라"는 말을 남기고 오대산으로 들어가 입적할 때까지 산을 내려오지 않은 한암스님.
오대산 월정사(주지 정념 스님)는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한암 스님 탄신일을 맞아 5월 5∼6일 경내 적광전 등에서 ‘한암 대종사 선양 수행학림’을 개최한다. 각계의 불자 30여명을 초청해 승가오칙(僧伽五則·선 염불 간경 의식 수호가람)의 수행법을 널리 편 한암스님의 사상을 재발견하고, 바람직한 수행자상을 정립하기위해 마련한 행사다. 무여 스님(축서사 선원장), 현해 스님(동국대 이사장), 정념 스님, 나우 스님(상원사 주지) 등이 지도스님으로 나선다. 월정사는 또 7일 상원사까지 20여 리 흙길을 걷는 동안 묵언과 기원,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자기 내면을 돌아보고, 생명·평화의 사회를 기원하는 제2회 오대산 천년의숲길 걷기대회를 갖는다. 이에 앞서 월정사 일주문부터 옛 주차장까지 전나무 숲길에 깔려 있는 시멘트 포장을 걷어내는 공사를 시작한다.
30일 오전 10시에는 경내 대법륜전에서 1956년 최초의 교육결사 ‘오대산수련원’을 열어 인재를 양성한 탄허 스님 선서(禪書) 함양 전국휘호대회를 갖는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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