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게 다른 불법체류자들의 소재를 밀고하도록 ‘프락치’ 역할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는 21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불법체류 베트남인 N(31)씨가 11일 밤 경기 군포시에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적발된 후 밀고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대책협에 따르면 N씨는 출입국 직원이 "불법체류자 20명의 소재를 알려주면 풀어 주겠다. 도망가면 죽인다"고 말하자 강제추방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 동료들의 소재를 자백했다. 이튿날 18명의 동료가 출입국 직원들에게 체포돼 보호조치됐으며, N씨는 협조의 대가로 "한국에 있어도 좋다"는 말과 함께 경기 안양시에 남겨졌다.
N씨는 기자회견에서 "짧은 생각으로 동료의 이름과 소재를 가르쳐 준 후 양심의 가책으로 마음이 아프다"며 "복수가 두려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고, 여기서도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용인이주노동자쉼터의 고기복 소장은 "N씨 외에도 비슷한 피해자가 더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N씨가 14일 외국인보호소에 보호 중인 잘 아는 베트남인의 석방을 요청했는데 이를 거부하자 시민단체에 모함성 제보를 한 것"이라며 밀고 강요 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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