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종철씨의 장례식 장면 위로, 전두환 대통령이 취임식장에서 "본인은 국가를 보위하고 헌법을 수호하며…"라고 선서하는 장면이 오버랩 된다. 노무현 의원은 5공 청문회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고함을 치고, 박계동 의원은 4,000억원 비자금 사실을 폭로한다.
5공 핵심 인사들의 반발로 23일 첫 방송 전부터 관심을 모은 MBC 정치드라마 ‘제5공화국’(극본 유정수 연출 임태우, 토·일 오후 9시40분)은 그렇게 시작된다.
20일 시사회에서 공개된 1, 2부 ‘운명의 총소리’는 10·26 사건 당일 아침부터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숨진 뒤 전두환 당시 보안사 사령관이 그 소식을 접하고 분노하는 장면까지를 정밀하게 다룬다. 유정수 작가는 "첫회를 어떻게 시작할 지를 두고 3개월 이상 고민했고 3, 4개의 다른 대본을 놓고 열 네 번을 고쳤다"며 "5공화국의 출발점이자, 당시 정치 상황을 가장 역동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10·26 사건을 앞머리에 놓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재규가 박 대통령의 가슴을 쏜 뒤 다시 머리를 쏘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등 드라마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디테일하게 그려 최근 개봉한 영화 ‘그때 그 사람들’처럼 박지만씨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등 유가족의 반발도 예상된다.
‘제5공화국’은 이어 12·12 쿠데타, 5·18 광주민중항쟁,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비롯해 KAL기 피격과 아웅산 테러 등 내막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까지 다룰 예정이다. 여전히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단과 가치 평가가 확연히 다른 현대사의 첨예한 사건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것이다. 자연히 ‘제5공화국’은 박 전 대통령과 이명박 서울시장 등을 지나치게 미화해 문제가 됐던 ‘영웅시대’와는 정반대 성격의 논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고석만 MBC 제작본부장은 "1980년대를 온 몸으로 살아냈던 40, 50대를 끌어 들여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4공화국’(1995년)이후 10년간 명맥이 끊겼던 정치드라마가 탈 정치화를 경험한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부활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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