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에 대해 보도한 내용이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보도는 권력자의 사생활에 관한 한 측면과, 국가정보원이 주도적으로 나서 이를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는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직접 언급은 없는 가운데 그를 대변하는 비서관은 "사실과 다른 보도로 명예를 훼손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 쪽 주장 사이에 간극이 있는 것인데,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그 첫째 이유는 국정원이라는 국가의 중추기관이 사인(私人)으로서의 대통령의 행위에 해당하는 일에 발벗고 나섰다는 의혹 때문이다. 대통령의 통치를 보좌하기 위해 국정원은 가장 앞장서 충성을 다해야 할 기관이다. 그러나 보도가 사실이라면 국정원이 보인 충성은 권력자 개인을 위한 것이었고, 이는 국가의 정보기관을 일개 사조직으로 전락시키는 일이자, 직권을 벗어나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이 된다. ‘진승현 게이트’에서 유야무야 넘어갔던 국정원의 특수사업이란 게 결국 벤처사업가에게서 거액을 뜯어 권력 유지에 사용했다는 것이니 반드시 규명하지 않고 넘길 수 없겠다.
아무리 공인이라도 사생활은 보호돼야 한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무작정 예외로 삼을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것이 공인으로서의 행적에 결정적 장애로 여겨질 사회적 인식이 있는 사안이라면 다시 생각해 볼 여지를 던진다. 국정원이 직무를 일탈해 무리를 저질렀다면 바로 그 자체가 감추어야 했던 사생활의 도덕적 무게를 반증하는 것이다.
SBS는 국정원의 김은성 당시 2차장과 정성홍 경제과장, 조풍언씨 등 여러 사람을 관련자로 거론했다. 그들이 솔직하게 진실을 밝혀주었으면 한다. 김 전 대통령의 육성이라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